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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세상탐험기] 3. 체리 이야기 세 번째 : 활용편

Cherry menu

 

로마의 루키우스 장군이 터키 폰투스 지방의 cerasus시에서 처음 가지고 들어온 작고 빨간 cerasum이 오늘날 cherry라는 이름의 기원입니다. 우리말과 외국어가 반드시 1:1로 번역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체리를 버찌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체리와 버찌는 전혀 다른 종입니다. 우리가 먹는 체리는 과일로 먹는 스윗체리와, 요리 등에 넣어 사용하는 사워체리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아한 향과 선명한 색, 그리고 한 입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과일에 대해 알아봅니다.

프룻티어의 과일세상 탐험기   글 김준기 / 감수 B crop

 

체리 제대로 활용하기

직접 생 체리를 사용해 메뉴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역사적으로 스윗체리가 아니라 사워체리로 식품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사워체리는 다양한 리커나 시럽에 사용되며, 타르트체리라고 부를 만큼 전통적으로 디저트 레시피에 사용됐습니다. 이런 이해 없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인 스윗체리로 레시피를 구성한다면, 충분한 향을 내는데 실패할 수 있습니다.

보통 체리를 이용해 음료나 디저트 메뉴를 만들 때 흔히 하는 실수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새콤한 체리 맛을 연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된 체리 향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일로 접하는 체리는 신 맛이 없고 미약한 향이 감도는 열매로, 신선과일을 먹었을 때는 이른바 ‘체리향’이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지만 사회적 여건이 변화하면서 점차 부정적인 클리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메뉴 제조 전에 아래 내용을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체리향’이라고 하는 것의 정체는 수입산 가공품의 향,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산 마라스키노 체리의 향입니다. 전술했다시피 이 제품은 아마렐 체리로 담근 술에서 시작됐으나, 지금은 ‘비터아몬드 오일이나 그와 비슷한 향미를 가진 플레이버 시럽’에 담근 것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각종 시럽 및 파우더, 보틀 음료 제품에서 접해 알고 있는 인공체리향은 사실 비터아몬드 오일의 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인들에게 이 비터아몬드 향은 꽤 익숙하고 보편적인 향입니다. 고흐가 아몬드 꽃 연작을 그린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몬드 꽃은 일본 사쿠라가 소개되기 전까지 대표적인 관상수였습니다. 우리는 구운 아몬드의 고소한 향미와 조미된 맛을 연상하지만, 사실 아몬드는 꽃 향기에 가깝게 인식될 정도로 우아한 향을 냅니다. 비터아몬드 향의 이러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대표적인 아몬드 증류주로 알려 진 ‘아마레또’ 리커입니다. 사람들이 술의 이름에서 ‘사랑(amore)’을 연상할 만큼 달콤하고 로맨틱한 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비터아몬드 향이 인공체리향으로 사용된 이유는 아마레또 리커에 힌트가 있습니다. 오늘날 아마레또는 더 이상 아몬드로 만들지 않습니다. 종종 살구 씨를 혼합해 만들다가 아예 살구 씨로만 만들게 됐고, 요즘은 유명 증류주에도 ‘인공아몬드향’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까닭은 종의 기원을 따져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껍질과 씨앗으로 구성되어 먹을 수 있는 것을 견과(nut)라고 하여 호두나 아몬드, 피칸 등도 견과(culinary nuts)로 분류하지만, 식물학적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몬드는 살구, 복숭아 등과 같이 장미목 Prunus속에 속한 ‘핵과’ 열매의 씨앗입니다. 다만 아몬드 다른 핵과 과일들처럼 과육이 발달하지 않고 껍질처럼 말라 벌어져, 씨를 경제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 핵과들은 서로 유전적으로 가까워서, 그 향미들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과일의 향미라는 것은 결국 유기물의 화학적 구성에 영향을 받으므로, 유전적 특질이 비슷한 과일들이 비슷한 향미를 갖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아몬드를 사용하던 술에 살구 씨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비터아몬드의 향을 마라스카 증류주 대신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입니다.

 

 

map_prunus_cerasus

 

생 체리를 이용해 메뉴를 만들 때는 이 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스윗체리의 미약한 향미를 강화하고자 할 때는 전형적인 체리향을 가진 제품들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체리 와인이나 증류주 등을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에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는 ‘내추럴’에 대한 욕구입니다. 비터아몬드와 살구씨로 내는 강한 인공체리향은 체리콕이나 체리파우더 등 공장 제품을 연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향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자칫하면 촌스럽거나 화학적으로 느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스윗체리의 신선한 느낌을 음료에서 구현하고자 한다면, 다른 핵과의 과육을 함께 활용해 과일로서의 체리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복숭아나 자두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신선체리의 특징을 모두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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