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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몬칼럼] 메뉴는 어디 가고 텍스트만 난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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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국에서는 ‘커피=카페’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몇 년 사이, 카페를 창업하고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커피죠. 안타깝게도, 카페라는 공간의 본질이라던가, 그 정의의 다의성을 따지지 않아도, 이 지점은 얼마든지 논박이 가능합니다. 카페 창업이 늘어나면서, 커피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어 진 것입니다. 물론 전문 로스터리 매장은 우리 음료 문화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모든 카페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아닌 메뉴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마치 커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실제 매출 구조는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제과·제빵은 물론 빙수나 다양한 음료, 사이드 메뉴 등,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음료와 음식에 노력을 쏟은 매장일수록 살아 남을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외국의 많은 카페들이 그러했듯, 우리 카페 역시 커피만을 위한 매장이 아니라 작고 간편한 외식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백다방을 비롯해 다양한 프랜차이즈 소형 테이크아웃 매장이 생기면서 ‘저가커피’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억지스런 원가 논란에 시달려 온 커피 업계에서, 저렴하고 양도 많은 저가커피는 기존 매장들의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불평은, 싸게 커피를 파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혈 경쟁을 일으켜 기존 카페 시장이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 동안 대기업 시장 진입을 막아 왔던 것처럼 ‘그래선 안 된다’는 도덕적 훈계로 장벽을 쌓아 올립니다. 예전에는 당위성이라도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담합으로 경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파악 자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백다방 브랜드 하나만의 문제라면 매스컴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후로 저가커피와 대용량커피를 내세운 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나의 현상이자, 기류의 변화로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1,000원대 커피, 혹 그 이하 가격을 받는 커피 매장은 그 전부터 늘 존재했습니다. 이들 저가 커피들은 기존 카페 시장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경쟁다운 경쟁도 해 보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 갔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번엔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른바 ‘백다방류’ 매장들은 커피의 가성비와 다양한 신메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커피가 크게 맛있지 않더라도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고, 커피 외에도 새롭고 특이한 메뉴들이 꾸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여기에서 커피는 단순한 미끼 상품입니다.

카페라는 매장과 커피를 동일시하지 않고, 카페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 파악이 쉬워 집니다. 이를테면, 판촉을 위해 달걀을 염가로 판매하는 마트를 ‘달걀가게’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달걀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트’지요. 우리는 왜 카페를 ‘커피가게’라고 부르지 않을까요. 카페의 목적은 커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경쟁에서 살아남은 유명한 카페들을 면밀히 들여다 보세요. 물론 메인 메뉴는 여전히 커피입니다만, ‘카페’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저가커피’는 왜 그렇게 문제가 된 걸까요. 어쩌면 끝없이 다변화하는 카페 시장의 끝자락에서, 그 동안 주류였던 ‘커피만 아는 사람들’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카페 관련 교육기관은 커피 교육기관이고, 카페 창업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커피학원에서 이루어 지는 현실이니까요. 전문적 견해를 보여 주어야 할 커피 전문잡지는 이른바 커피인들을 모아 놓고 저가커피에 대해 성토대회를 벌립니다. 사라다빵이 얼마나 팔리는지, 옥수수크림의 소비자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지, 어떻게 하면 당도 높은 오렌지주스를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고, 그저 남을 혼낼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다양한 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전문 가게”, 이것이 이른바 ‘저가커피’라고 국한해 부르는 시장의 본 모습입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물갈이가 되겠지만, 이 시장은 앞으로 더욱 굳건해 질 것이고, 끊임없이 다른 스타일로 변형하여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다변화해 왔던 카페의 축소판이면서, 주문한 메뉴를 받아 가거나 간단히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스트릿 카페’ 정도의 명칭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Written by 베몬

평소에는 온순하나 음료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마주할 때면 지옥불과 같은 분노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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