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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세상탐험기] 6. 복숭아 이야기 세 번째 : 활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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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ll Weisenberger
by Jill Weisenberger

 

내과피가 나무처럼 단단하게 변해 그 안의 종자를 보호하는 열매들을 ‘핵과’라고 하며,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과일이 복숭아입니다. 중국에서 신선의 과일로 여겨지던 복숭아는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졌고, 오리엔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유럽인들은 이 과일을 ‘페르시아의 사과’라는 뜻으로 peach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 귀한 과일은 신의 음료 ‘넥타’에서 이름을 따 nectarine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복숭아를 통해 우리는 과일 경작의 기초적인 비밀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룻티어의 과일세상 탐험기 글 김준기 / 감수 B crop

 

복숭아 제대로 활용하기

복숭아를 메뉴로 활용할 때는 우선 핵과에 대해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핵과(drupe)란, 씨를 감싼 내과피가 단단하게 목질화된 과일을 말합니다. 꽃의 암술 아래에 있는 씨방의 벽이 변하여 만들어진 단단한 내과피를 stone 혹은 pit이라고 부르며, 이 때문에 일상적으로는 stone frui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의할 것은, 씨방이 성장한 내과피가 아니라 종자의 껍질이 성장해 비슷한 모습으로 스톤화 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과일은 핵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스톤의 존재 목적은 번식 과정에서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물에게 과일은 수분과 섬유질, 비타민을 공급하는 좋은 먹이인데, 이 과정에서 씨앗도 함께 먹혀 소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단한 내과피가 종자를 보호하는 핵과의 스톤은 크기가 커서 어지간한 동물들은 삼키지 못하며, 커다란 동물들이 부주의하게 씨앗을 삼키더라도 동물의 소화기관을 무사히 통과하여 토양으로 돌아갈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이 덕분에 보통 핵과들은 대형 육상동물의 영역을 따라 군락지를 형성하면서 왕성하게 번식합니다.

과일과 동물의 공생, 스톤
 목질의 내과피는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종자의 생존률을 높혀 줍니다. 특히 동물의 소화기관을 거치면 부드럽게 연질화되어, 발아율이 상당히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아닌 경제적 파종 시에는 오히려 정상적인 발아를 막기 때문에, 목질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어 휴면상태의 종자를 깨우는데, 이를 종피파상법(scarification)이라고 합니다. 동물의 소화기관을 거치는 과정은 자연적 scarification인 셈입니다.

복숭아와 넥타린을 비롯해 자두, 댐슨, 살구, 체리, 아몬드에 이르기까지 Prunus속의 과일은 모두 핵과입니다. 그 외에도 커피, 주주베, 망고, 올리브, 코코넛 등 야자열매, 피스타치오 등이 식물학적 핵과로 분류됩니다. 아보카도의 경우는 내과피가 완전히 스톤화 되지 못해 장과(berry)로 보며, 종종 커피 역시 핵과가 아닌 베리(epigynous berries)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피스타치오는 식물학적으로는 핵과 지만 요리에서는 너트(culinary nut)로 보게 됩니다. 코코넛의 경우는 과육(중과피)이 마른 섬유질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이며, 동물을 이용해 번식하기보다는 바다에 떠서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경우입니다.

 


 

Stone fruit은 핵과(drupe)라는 식물학적 용어와 동의어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Prunus속의 경제적 과일들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숭아를 활용할 때는 좁은 의미의 stone fruits인 Prunus속의 과일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유전적 유사성 덕분에 Prunus속 과일들은 비슷한 맛과 향미를 공유하고 있지만, 구조 발생적 공통점으로 묶인 다른 식물학적 핵과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공하여 사용하는 culinary nut(아몬드, 피스타치오)의 경우는 전혀 다른 향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반면 Tropical이라는 다소 느슨한 지역적 식생구분으로 범주화 되어 있는 망고의 경우, 관능평가에서 Prunus속의 과일들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와 체리는 stone fruits 중에서도 신맛이 적고 달콤한 과일입니다. “sweet & sour”의 관점에서, 과일 간의 조합 및 보완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체리편에서, 향과 산미가 강한 체리파우더 제품에 복숭아 제품을 첨가해 내추럴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살구 섹션에 속해 있는 매실을 청으로 담그면서 단 맛을 강화하기 위해 복숭아를 함께 넣어 주거나, 혹은 매실청에 복숭아 파우더 음료를 더해 더욱 상큼하고 신선한 느낌의 음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본다면, 자생하는 개복숭아와 황매를 연결해 토속 음료를 복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복숭아의 경우 향이 강하지 않고 산도가 낮지 않다는 점도 한 번 쯤 고민해 볼만한 지점입니다. 아이스티를 만든다면 보편적인 홍차 매칭보다는 은은한 녹차와 연결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입니다. 복숭아는 우유와도 함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보통 과일의 신맛은 산 때문이고, 산은 유단백질을 응고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복숭아는 유단백질의 등전점인 pH 4.6까지 산도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복숭아의 은은한 향이 가미된 신선한 라떼 음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신선과일을 직접 이용할 때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수확한 복숭아는 내부에서 빠르게 갈변되면서 향미와 당도가 감소하고, 수분이 빠지며, 과육이 무너지고, 부정적인 시큼한 냄새가 증가합니다. 이러한 품질저하는 냉동상태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어 복숭아의 유통과 보관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신선 복숭아는 저온장해에 민감하여 10도 이하의 냉장보관에 큰 효과가 없으며, 품종에 따라서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빠르게 변질됩니다. 더구나 복숭아는 지속적으로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 더 빨리 변질될 뿐 아니라 다른 과일들도 빨리 숙성시켜 버립니다. 어떤 면에서는 딸기보다 더욱 보관이 어려운 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종 개량을 거친 몇몇 넥타린 품종을 제외하면, 복숭아는 신선과일로 사용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계절메뉴라도 항상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육이 들어간 크러쉬 등을 사용해 레시피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복숭아 통조림은 보존을 위해 한 차례 설탕에 중탕한 것으로, 사시 사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숭아 향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꼭 이 부분을 시럽이나 리커 등으로 보완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비교적 보관성 및 사용성이 좋은 다른 Prunus속 과일이나 그 제품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한편, 황도/백도나 피치/넥타린 등의 구분은 활용 면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복숭아를 직접 사용할 때는 이러한 구분을 맹신하지 말고, 수 백 가지 대립형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과육의 색상 등에 따라 실제 맛과 성질이 변하긴 하지만, 앞으로 품종개량 과정에서 전혀 의미 없는 규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넥타린/황도가 대량생산이 쉽고 즙이 많아 주스를 만드는 데 효율적으로 알려 져 있으며, 산미가 좋아 일상에서도 음료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됩니다. 넥타린은 갈반에 민감하며, 붉은 과육은 당도가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단단한 과육을 가진 복숭아는 펙틴 함량이 높아 물에 잘 섞이지 않지만, 잼이나 젤리를 만들기에 좋습니다. 한편 전형적인 복숭아 향을 구성하는 헥사날과 리날로올, 데카락톤 등은 대체로 피치/백도에서 더 많이 검출됩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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