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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와 인물] 1. 루벤 라우싱 – 테트라팩

음료와 인물

지금 우리가 마시는 음료는 오랜 역사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발전해 온 결과물입니다. 특히 음료의 포장기술은 우리가 신선한 음료를 어디서나 편리하게 마실 수 있게 해 준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유리병의 대량생산부터 종이팩, 캔 음료의 발명과 캔 오프너의 발전, 플라스틱 용기의 발명 등, 현대 음료시장의 발전은 곧 포장기술의 변천사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음료와 인물 첫 번째 편에서는, 음료 포장기술의 발전사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테트라팩’의 발명가 루벤 라우싱에 대해 알아봅니다.

 


 

1. 테트라팩 Tetra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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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으로 널리 알려진 테트라팩 ©www.flickr.com/photos/tetrapak

 

사실 테트라팩은 일반 소비자에게 생소한 브랜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테트라팩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테트라팩은 무균포장을 이용해 상온에서 1년 이상 식품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특히 종이와 필름을 이용한 포장재와 독특한 정사면체 모양으로 포장 유통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Milk carton이란 영어식 표기가 아닌, ‘우유팩(牛乳パック)’이란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 테트라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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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라우싱 Ruben Rausing (스웨덴, 1895.6.17~1983.10.8) ©www.flickr.com/photos/tetrapak

 

테트라팩은 루벤 라우싱이 파트너와 함께 세운 스웨덴의 Akerlund & Rausing사에서 시작됩니다. ‘라우싱’이란 이름은 ‘Raus 에서 온 청년(the lad from Raus)’이란 뜻의 군 시절 별명으로, 원래 이름은 Ruben Andersson이었습니다. 스톡홀름 경제경영학교(SSE)를 졸업한 그는 학교 장학금으로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게 됩니다. 이 때 라우싱은 당시 유럽에는 없던 미국의 현대적 식품유통 시스템을 경험하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후 스웨덴에 돌아와 유명 인쇄회사에서 일하다, Erik Åkerlund와 함께 1929년 Malmo의 파산한 포장공장을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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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파손 위험이 높아 운송에 어려움이 많았다 ©wikimedia

 

초기 Akerlund & Rausing사는 건식료품의 종이포장을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큰 이윤을 내지 못했고, 1933년 Åkerlund는 라우싱에게 주식을 처분하고 떠나게 됩니다. 혼자 남은 라우싱은 우유와 크림 등 액상식품의 포장을 연구하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우유 같은 비탄산음료는 유리병에 담아 유통했습니다. 매일 소비되는 우유를 포장하기 위해 유리병을 제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쉽게 깨지는 유리병은 운송과 보관, 일상 소비에서도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라우싱은 가장 효율적인 소재를 사용해 궁극적인 식품위생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그의 유명한 신조인 “save more than it cost”가 탄생합니다.

결국 세계대전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해지고 경제 공황의 여파가 여전하던 1943년, 라우싱은 비싸고 위생적이지 못한 우유병의 개선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1944년, 라우싱은 종이 튜브의 양 끝을 직각으로 어긋나게 붙인 삼각뿔 모양의 용기를 구상합니다. 이 포장용기는 정삼각형 4개로 이뤄진 정사면체(Tetrahedron)로, 4를 뜻하는 그리스어 Tetra에서 유래합니다. 이 포장용기는 매우 간단했지만 효율적이었고, 3월 27일 특허 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테트라팩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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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면체의 테트라팩 ©www.flickr.com/photos/tetrapak

 

종이 테트라팩에 액체를 담기 위해서 초기에는 튜브 안쪽에 밀랍 코팅을 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이 용기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우유를 채워 넣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유를 위생적으로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기조차 들어가지 않아야 했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 우유를 주입해서는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삼각뿔 모양의 용기를 적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간의 낭비 없이 적재할 수 있어야 효율적인 운송과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 또한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후 그는 이 혁신적인 포장용기를 현장에 도입하는데 7년을 더 투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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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 제조방법에서 힌트를 얻은 테트라팩 ©www.flickr.com/photos/tetrapak

 

전하는 바에 의하면, 라우싱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힌트를 주었다고 합니다. 내장에 고기를 채워 넣은 뒤 감아서 끊어 내는 소시지처럼, 긴 튜브에 우유를 채워 넣은 뒤 중간을 봉하면,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서 연속적으로 우유를 포장할 수 있었습니다. 1946년에는 이 포장법을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기계가 제작되었고, 이후 테트라팩을 공간 낭비 없이 적재할 수 있는 전용 박스가 개발되었으며, 마침내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포장용지가 개발되면서 용기의 방수 문제와 열봉합 문제까지 모두 해결됩니다.

1951년이 되어서야 스웨덴 Lund에 테트라팩이 설립되고, 1952년 처음으로 공장 생산된 100ml짜리 테트라팩 생크림이 유통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테트라팩은 세계 170개국에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백억 유로(2010)에 달합니다. 테트라팩의 혁신 이후 많은 유제품과 주스가 이 튜브 봉입 방식으로 생산 및 유통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6~7면체 종이 포장 용기(테트라브릭/테트라렉스/테트라톱 등)들도 80% 이상은 밑면에서 테트라팩 로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포장용기를 뜯어보면 모두 튜브 형태에서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Tetra Pak의 시작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상

 

테트라팩은 종이로 만들기 때문에 무게가 가볍고 생산단가가 저렴합니다. 포장 무게가 감소하여 운송 비용이 줄어들고, 직사광선이 내용물에 직접 닿지 않아 변질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특히 내용물에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고도 상온에서 장기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냉장고의 가정 보급률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크게 어필하는 장점은 아니지만, 냉장유통 시스템과 비교해 운송 및 보관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탄소배출 문제가 심각해 질수록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전기가 없는 오지나 아웃도어 환경, 개발 정도가 낮은 제3세계에서도 사용하기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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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lickr.com/photos/tetrapak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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