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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료 이야기 2. 음식에서 음료로 : 수정과

Sujeonggwa

우리음료 이야기
 
1. 음식에서 음료로

ㄱ. 식혜

 

수정과

 

ㄴ. 수정과

사용자 참여 기반의 대표적인 웹 2.0으로써, 집단지성을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구축해 가고 있는 위키피디아에서 ‘Sujeonggwa’를 검색해 보면, 2016년 2월 현재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접할 수 있습니다.

 

Sujeonggwa is a Korean traditional fruit punch. Dark reddish brown in color, it is made from dried persimmons, cinnamon, ginger and is often garnished with pine nuts. The punch is made by brewing first the cinnamon and ginger at a slow boil. The solids are then removed for clarification and the remaining liquid is boiled again after adding either honey or brown sugar. The dried persimmons are cut into portions and are added to soak and soften after the brew has completely cooled. This is usually done several hours before serving, as extensive soaking of the fruit may thicken the clear liquid to a murky appearance.
Sujeonggwa is served cold and commonly as a dessert, much like sikhye, due to its sweet taste. It is also widely available in canned form.

- en.wikipedia.org의 Sujeonggwa섹션 설명 발췌

 

반가운 마음을 잠시 억누르고 찬찬히 내용을 살펴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보입니다. 작성자는 Sujeonggwa를 ‘한국의 전통 과일펀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펀치punch라는 음료는 인도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향신료와 술, 과즙 등이 한데 들어간 것을 말합니다. 현재 영어권에서 펀치라는 용어는 마치 과일을 띄운 음료처럼 사용되고 있어, 우리의 수정과를 Korean traditional fruit punch로 소개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원래 인도의 펀치나 현재 미국의 펀치 어느 쪽도 수정과의 본래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수정과는 水正果라고 씁니다. ‘물로 된 정과’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정과正果란 무엇일까요? 한국학중앙연구원(www.aks.ac.kr)에서 제공하는 민족문화대백과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견과·근채·생과 등을 꿀에 조리거나 잰 음식. 일명 전과(煎果)라고도 한다. 꿀에 조린 것은 밀전과정이라고도 한다. 장국상·큰상 또는 제례음식에 반드시 쓰인다. 정과류는 어느 것이나 당도가 65% 이상이 되게 만든 것이므로 저장성을 가진다. 제철의 근채·생과·견과 등을 비축할 수 있는 한 수단으로 개발된 음식이다. 재료 중에는 천문동·산사·인삼 같은 약재도 쓰인다. 한편, 모과·유자와 같이 특유한 향미를 가진 과일이나 배도 쓰이고 연근·생강·무 등 근채를 별미롭게 한 것도 있다. 꿀에 재거나 조려 만든 정과는 필요할 때에 그 건더기를 꿀물에 띄워 수정과(水正果)로 만들어 음료의 하나로 쓰기도 한다.

- 네이버 민족문화대백과의 정과 설명 발췌

 

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정과와 수정과를 한 번에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수정과는 정과를 음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름 하나로 음료의 정체성과 음료 만드는 방법 두 가지를 동시에 설명해 내고 있으니, 이 간명한 작명 방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정과는 식혜에 이어 음식을 음료로 확장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다양한 모습의 수정과들을 모두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정과는 정확하게는 ‘건시수정과’이며, 이 외에 ‘잡과수정과’도 있습니다.

 

《군학회등(群學會騰)》에서는 정과를 수정과와 건정과(乾正果)로 나누고, 수정과를 건시수정과(乾枾水正果)와 잡과수정과(雜果水正果)로 분류하고 있다. 잡과수정과는 수정과에 각 계절마다 제철의 과일을 넣어 화채로 만든 것으로 봄, 가을, 겨울에는 배를 사용하고, 4월에는 순채를 사용하며, 5-6월에는 복분자, 복숭아, 앵두를 이용하여 화채를 만든다.

- 네이버 두산백과의 잡과수정과 설명 발췌

 

수정과는 다른 나라의 전통 음료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사실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상당히 창조적인 음료개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찬란한 정보의 시대를 산다는 우리보다 훨씬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음식과 음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것입니다.

종종 수정과에 대해 그저 ‘계피에 설탕 넣고 곶감을 띄운 음료’ 정도로만 이해하는 척박한 인식들을 만나게 됩니다.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를 구분할 줄 아는 지식은 점점 보편화되고, 에스프레소와 리스트레토, 룽고의 차이를 구분하는 섬세함은 고차원의 품격처럼 대접 받고 있는데, 이 혁명적인 결과물은 도무지 알아볼 줄을 모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알아볼 줄 알아야, 발전도 가능합니다. 이탈리아 커피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옛것이 무조건 좋고 대단하다고 주장하는 편협한 국수주의에의 오랜 환멸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옛것은 모두 시멘트 밑으로 묻어 버리려는 태도에도 역시 동일한 편협함이 끼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Written by B crop

넓고 얕은 지식의 음료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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