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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탕중독자가 된 이유, 영화 ‘더 플라이’

미디어 속 음료 엿보기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에서 다뤄진 음료를 소개합니다. 보통 음료가 미디어 속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을 조금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해당 음료에 대한 정보나 그것에 얽힌 문화나 시대상 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음료 엿보기’에서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속 음료들을 꺼내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공포, SF, 드라마 / 미국 / 100분 /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 주연 : 제프 골드브럼(세스 브런들), 지나 데이비스(베로니카), 존 게츠(스타디스 보랜스)
공포, SF, 드라마 / 미국 / 100분 /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 주연 : 제프 골드브럼(세스 브런들), 지나 데이비스(베로니카), 존 게츠(스타디스 보랜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1986년에 개봉한 ‘the Fly’입니다. 과학자인 세스 브런들은 물체를 분자로 분해하여 전송한 뒤 다시 합칠 수 있는 전송기 개발에 성공합니다. 곧 살아 있는 생명체까지 전송할 수 있도록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결국 본인이 직접 전송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전송은 무사히 완료되었지만, 전송기에 들어가 있던 파리로 인해 세스는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이게 되죠.

영화에서는 점점 파리인간이 되어가는 세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분장으로 표현해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요.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대단해, 공포 영화 계보에서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커피가 등장하는 장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전개상 중요한 복선을 암시하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송기를 발명한 세스 브런들이 과학발표회에서 만난 여기자 로니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올 때 던진 작업 멘트가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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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구실로 가실래요? 카푸치노를 만들어 드릴게요. 파에마의 기계를 갖고 있거든요. 시중에서 파는 싸구려 플라스틱 기계와는 다르죠. 레스토랑에서 쓰는 독수리 장식이 있는 특별한 기계에요.”

 

1980년대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고 있고, 메이커까지 정확하게 짚어주는 이 남자. 상당한 마니아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수리 장식(Eagle on Top)이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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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를 만들고 있는 세스. 쌓여 있는 잔 속에서 라심발리와 페마의 로고가 보인다

 

커피를 만드는 세스. 아쉽게도 화면을 통해선 레버와 독수리장식 일부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컵에 새겨진 로고입니다. 화면에 크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순 없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Faema와 la Cimbali 두 회사의 로고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페마(파에마)가 라심발리를 인수하기 전입니다.

 

더플라이_4

 

대화가 진행되면서 커피 머신이 다시 한 번 등장하게 됩니다. 형태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Riviera Eagle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Elektra와도 유사하지만, 스팀완드의 굴곡이라던가 하단의 각진 디자인, 붉은색과 초록색 램프 등으로 미뤄보아 Riviera Eagle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www.francescoceccarelli.eu
Riviera Eagle ©www.francescoceccarelli.eu

 

이후 자신이 스스로 전송기에 들어가 실험을 한 뒤 세스는 자신의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왕성한 체력과 민첩함까지 갖추면서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그리고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세스는 로니에게 자신의 변화에 대해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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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선수를 방불케 하는 세스의 현란한 몸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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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여과지에 걸러져 깨끗해지듯이 나도 정화과정을 거쳐 거듭난 거야….”

 

자신의 자신감과 활력을 커피에 빗대 설명하고 있는데요. 커피 마니아다운 표현입니다. 여기서 여과지란 자신이 발명한 전송기이고, 커피는 세스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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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커피(카푸치노)에 설탕을 집어 넣는 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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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설탕을 넣어 마셨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스는 카푸치노에 지나치게 많은 설탕을 넣기 시작합니다. 그런 세스의 행동을 보다 못한 로니는 ‘원래 설탕을 넣어 마시냐’고 묻는데, 세스는 ‘재결합 되면서 본래 개체의 특성이 약해진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과도한 설탕에 대한 집착. 사실 이 장면은 단 것을 좋아하는 파리의 습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리인간이라는 비극이 시작됨을 알리는 복선인 셈이죠. 결국 이 영화에서 커피는 만남과 변화의 시작점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설명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더 플라이’의 원작은 따로 있습니다. 1959년에 개봉한 ‘리턴 오브 더 플라이’의 리메이크 작품인데요. 원작에서도 커피와 관련된 비슷한 장면이나 대사가 나올까 확인해 봤지만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리메이크 작품의 오리지널 표현인 셈입니다.

 

 

Written by 베버리지 아카데미

재미있고 유익한 음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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