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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란 무엇인가] 5. 물을 쉽게 마시기 위한 차

2-4. 물을 보다 쉽게 마시기 위한 노력, 차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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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을 하다 목이 마르면 한 번쯤 흐르는 강물을 바로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아무리 겉보기에 깨끗한 물이라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은 환경오염 때문에 강물을 마시기 힘들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공업이 발달하기 이전의 청정 자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은 많은 것을 녹여 품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지표수는 식수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은 오지를 탐험하는 탐험대의 가장 큰 고민이 식수라는 것을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비단 건기의 아프리카 뿐 아니라, 지표수가 넘쳐 나는 열대우림에서조차, 현대 문명의 도움 없이 안전한 식수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로부터 수자원이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였던 우리 역시 산골짜기 시냇물 정도나 깨끗했을 뿐, 산 중턱만 내려와도 강물에는 물이끼나 흙 등이 많아 바로 마시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흐르는 강가에 모여 살게 된 원시인류는, 한 없이 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러나 강은 결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강물은 박테리아와 기생충 등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부유생물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탁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강물을 마시고 배앓이를 경험한 초기 인류는, 곧 강물이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입니다. 언제든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식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우물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인류가 우물에 대해 언제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우물이 발견됩니다. 우물은 별 다른 수자원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물을 찾아낼 수 있는 놀라운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인류는 우물을 충분히 깊게 파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고, 지표 토양을 통해 간단히 정수된 것에 불과했던 대부분의 우물물은 강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흙탕물이었을 것입니다.

불을 가진 초기 인류가 식수를 얻기 위해 했던 가장 좋은 선택은 물을 끓이는 것이었습니다. 강물이든 우물물이든, 받아서 가라 앉혀 두었다가 끓이면 비교적 안전한 식용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행위가 물 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임을 잘 알고 있지만, 강물을 떠 마셔야 했던 초기 인류에게는 그저 물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본능적인 감별법이 바로 냄새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이들은 한 번 끓여서 냄새가 사라진 물이 비교적 안전함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을 것이고, 곧 끓여서 식수를 만드는 방법이 정착됐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좀 더 마시기 좋은 식수를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일 때 뭔가를 넣어 함께 끓일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물을 끓이던 토기에 우연히 나뭇잎이 떨어져 향긋한 물이 된 것이 차의 시작이라고 상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개념이 먼저 발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깨끗하여 바로 마실 물을 풍족하게 구할 수 있었던 지역이었다면, 물과 함께 단백질 및 채소를 끓이는 요리법의 발달을 거치고 나서야 뒤늦게 차라는 음료가 탄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 번 끓여도 여전히 냄새가 심한 강물을 이용해야 했던 곳이라면, ‘마실 수 있는’ 식수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좀 더 일찍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차나무 잎을 말려 우려낸 것을 ‘차茶’로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명이 발생한 모든 곳에는 다양한 방식의 차 문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풀잎이나 나뭇잎이 수확도 쉽고 양도 넉넉한데다 잘 말려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대표적인 차의 원료가 됐지만, 물의 이취를 없애 향긋하고 맛있는 물을 마시기 위한 노력으로서 시작된 차에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이 있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나뭇가지, 뿌리, 꽃, 그리고 과일의 껍질이나 곡식 등, 좀 더 마시기 좋은 물을 만들 수 있는 식물성 원료는 많습니다.

차의 시작은 순전히 물을 마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늘 식수로 마셔야 했기 때문에 약용 성분이나 향미가 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택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조금씩 문명사회에 접어들고 있었고, 목마름에 대한 두려움에서 안전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면서, 서서히 맛과 향이라는 관능에 충실한 음료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물에 무언가를 우려 내는 차에서 기능성을 찾고, 우아한 향미만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도시문명이 건설된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Written by B crop

넓고 얕은 지식의 음료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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