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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영화 ’13층’

13층 포스터
판타지, 미스터리, SF/ 독일, 미국 / 98분 / 감독 : 조세프 루스낵 / 주연 : 크레이그 비에코(더글러스 홀), 그레첸 몰(제인 풀러), 빈센트 도노프리오(위트니/애쉬턴)

 

1999년에 개봉한 영화 ‘13층’은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끈 영화는 아니지만,  가상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면서 영화 마니아 사이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영화의 복잡한 액자식 구성은 같은 시기에 개봉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매트릭스’나, 비교적 최근작인 ‘인셉션’과 종종 비교되곤 합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자인 더글라스 홀은 기억을 잠시 잃었다가 일어난 어느 날, 동료였던 해넌 풀의 살인용의자로 의심받습니다. 더글라스는 해넌이 살해되기 전, 자신들이 만든 가상세계를 즐겨 이용했고 자신에게 메세지를 남겨놓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더글러스는 누명을 벗고자 사건의 단서를 찾아 가상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단서와 함께 진실을 마주합니다.

스토리만으로는 술이 나오는 장면이 쉽게 연상되지 않는데요. 가상세계의 배경은 1937년의 LA로, 해넌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설정한 것입니다.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시끌벅적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해넌은 바에 들러 마티니를 주문합니다. 칵테일 글래스에 올리브가 들어간 오리지널 마티니인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칵테일입니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온 풀이 마시는 마티니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13층_1
1937년, 바에서 마신 오리지널 마티니

 

해넌에게 서빙된 마티니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소주잔 같은 형태의 투박한 글래스에 올리브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아가씨의 손에도 비슷한 샷잔이 들려있는 걸 볼 때, 과거의 칵테일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 보입니다.

 

13층_2
1999년의 마티니. 샷잔에 올리브 없이 담긴 모습이 꼭 소주 같다

 

13층_3
‘올리브가 떨어졌어요’

 

13층_4
‘(올리브 대신)비스킷(프레즐)이라도?’

 

가상세계 속에서 신처럼 군림하며 온갖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해넌이지만, 그가 젊은 시절 위로받았던 마티니에 대한 추억만큼은 순수해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다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칵테일 레시피일지라도 잊혀 지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과거에만 존재하는 레시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우리도 해넌처럼 그 시절의 칵테일을 그리워하겠죠?

 

 

Written by 베버리지 아카데미

재미있고 유익한 음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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