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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란 무엇인가] 8. 얼음의 유통과 냉장고의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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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얼음과 음료

인류는 영양분을 매일 일정하게 공급받기 원했고, 필연적으로 늘 저장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음식은 인간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수분과 적당한 온도는 언제나 미생물을 함께 길러 냅니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인류는 이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식품을 건조하거나 높은 농도의 소금으로 염장을 했고, 아예 미생물의 번식을 적절히 이용해 발효를 하기도 했습니다. 수 많은 문명권에서 발전한 전통음식들은, 이런 보존 방법을 이용하여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한 식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물로 구성된 음료의 경우는 더더욱 신선함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상온의 물에서는 빠르게 미생물이 번식했기 때문에 결코 오래 보관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신선함의 대명사인 ‘갓 짜낸 과일주스’란, 풍성한 수확기의 산지가 아니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음료에는 염장법을 사용할 수 없었고, 건조시키면 음료로서의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발효한 술의 형태로 수분을 보존했습니다. 어쩌면 약초를 달인 차 음료 또한 물의 신선함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겨울은 모두에게 가혹한 계절이지만, 적어도 식품 보관에 있어서는 대단히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겨울을 보관해 여름으로 옮기곤 했습니다. 이미 기원 1758년 전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아이스하우스에 관한 기록이 발견됩니다. 보통 온도변화가 크지 않은 지하에 창고시설을 갖추고, 겨우내 얼어 붙은 호수 등에서 얼음을 떼어 짚이나 톱밥 등 단열재와 함께 보관했습니다. 한반도에도 전국 각지에 이렇게 만든 석빙고(石氷庫)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여름내내 대부분의 얼음은 생선 등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저장하는데 사용했지만, 일부는 음료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스티나 셔벗 등 얼음을 이용한 고급 디저트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음료에서 낮은 온도는 청량감으로 빠른 해갈을 돕고 활력을 돋우는 중요한 ‘맛’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음료 매출이 뚜렷하게 상승하는데, 이는 결국 해갈을 위한 음료의 역할에서 차가운 음료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얼음을 식품을 보존하는 데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얼음의 맛이란 일부 귀족들만의 특권이었습니다. 얼음이 상업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에 들어서입니다. 대형 화물선에 수십 톤의 얼음을 실어 더운 지방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프레데릭 튜더의 모험 덕분에 얼음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아이스드링크 메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술을 차갑게 서빙하게 됐습니다. 프레데릭 튜더는 오늘날까지 ‘얼음의 왕’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19세기가 얼음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냉장고의 시대였습니다. 19세기 냉매를 증기압축하여 순환시키는 인공 냉장기술이 개발되고, 20세기에 각 가정으로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시원한 맛은 대중에게 널리 애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얼음만으로 음료의 온도를 낮추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온도가 낮아지는 동안 얼음이 녹아 음료를 희석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적정한 농도의 시원한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습니다. 초기 아이스티 레시피에는 상당히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 걸 볼 수 있는데, 현대에는 이를 sweet tea로 따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냉각에 사용한 얼음에 의해 희석되는 것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자연냉매로 이용되던 얼음은 냉장고의 발전으로 그 역할부담을 내려놓고, 청량 감미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제 아이스음료는 더욱 발전하여, ‘마시는 얼음’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Written by B crop

넓고 얕은 지식의 음료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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