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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란 무엇인가] 9. 액체가 아닌 음료의 등장

2-8. 마시는 얼음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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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음이 유통되면서 음료 산업은 전래 없던 호황기를 맞게 됩니다. 19세기 미국에서 성장한 소다파운틴과 몰트샵의 유행을 타고 얼음은 음료 산업에 깊숙히 들어오게 됩니다. 특히 차가운 얼음 속에 전도율이 높은 용기를 넣고, 그 안에 크림과 설탕을 넣고 저어 만든 아이스크림도 이때 탄생합니다. 당시 몰트샵에서는 탄산음료 위에 아이스크림 띄운 플로트 계열 음료가 많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때까지 아이스크림은 엄연한 디저트였습니다. 물론 아이스크림은 녹기 시작하면 다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변하곤 했지만, 특유의 강한 단맛과 우유의 느끼함 때문에 그대로 마시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녹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에 얼음 조각과 우유를 더해 거품 상태가 될 때까지 휘저어 주면 곧 약한 점성을 지닌 차가운 음료로 변했으니, 이것이 바로 디저트를 음료로 만든 밀크셰이크였습니다.

얼음을 마시는 음료의 시초였던 밀크셰이크의 독특한 물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끈적한 점성 덕분에 계란의 노른자를 사용한 에그녹도 초기 밀크셰이크의 레시피에서 응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기 거품의 비율 변화로 인한 식감의 변화나, 그동안 액상에서 사용하지 못했던 다양한 식재료를 첨가한 혁신적인 레시피 등, 음료 역사에서 기발하고 다양한 시도들이 밀크셰이크를 통해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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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이 즈음 기구의 발명으로 인해 또 다른 혁명이 시작됩니다. 블렌더라는 도구가 처음부터 프로즌 스무디를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블렌더에 얼음을 액체와 함께 넣고 갈면 잘게 부서진 얼음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음료가 되었고, 마치 얼음을 그대로 마시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사실 얼음을 통째로 갈아 먹는 빙수 디저트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이걸 마시는 음료로 변형하긴 어려웠습니다. 얼음에 액체를 붓는 순간 작은 얼음이 녹아버려 원래 얼음의 식감을 살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전기냉장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완전히 분쇄한 크러시드 아이스로 만든 프라페는 얼음을 음료로 만드는 한계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프로즌 스무디는 아주 작은 얼음 입자가 살아 있어 얼음 그 자체를 마시는 음료였고, 프라페 이후 가장 시원한 음료였습니다. 이 프로즌 스무디로 인해 음료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기존의 음료의 개념은 완전한 혼합을 전제로 하는 액체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즌 스무디는 유동성이 있는 반고체 상태였기 때문에, 완전한 혼합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 없었습니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는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고 만든 음료입니다.

프로즌 스무디는 그저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가 아니라, 종래의 음료가 가지고 있던 법칙 내지는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틀이었습니다. 비중의 차이 정도만을 이용할 수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프로즌 스무디의 독특한 물성은 음료 산업에 있어서 퀀텀 점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 프로즌 스무디는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분야이며, 좀 더 연구되고 발전되어야 할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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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로즌 스무디는 기존의 음료의 틀을 깬 음료임에 분명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녹아 희석되어 음료 전체의 향과 맛의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얼음이 항상 음료에 첨가되는 외부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성된 음료를 적당한 상태로 얼릴 수 있어야 했습니다.

언제나 기술의 발전은 좀 더 나은 음료를 만들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새로운 발명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슬러시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기존의 아이스크림 기계를 개량한 혁신이었습니다. 뭉근한 크림이 아닌 액체 음료를 마시기 편한상태로 얼려 프로즌 스무디와 셰이크처럼 마시는 얼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제 녹아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 얼음 음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슬러시 기계는 간단한 설계 덕분에 누구나 레버만 당기면 즉석에서 컵에 담아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슬러시는 충분한 당도를 가진 음료가 아니면 얼어 붙어 기계가 멈추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에, 모든 음료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단맛 음료만을 사용한 슬러시 기계는 편의점 등 작은 매장에 보급되어 황금기를 누렸으나, 곧 저렴하고 유치한 음료라는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기술은 곧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적절한 컨텐츠를 가지고 활용을 시도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일본의 맥주회사 기린이 맥주를 여기에 넣어 ‘프로즌 나마’라는 상품으로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프로즌 나마는 마치 맥주 거품을 얼린 것처럼 보입니다. 결빙된 맥주는 비중이 낮아져 거품처럼 떠 있을 수 있었고, 얼음 결정이 난반사를 일으켜 하얗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첨가물 없이 맥주를 그대로 얼린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 녹더라도 맥주 맛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슬러시의 본질을 알아보고 멋지게 활용한 마케팅이었습니다.

 

Written by B crop

넓고 얕은 지식의 음료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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