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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료 이야기 3. 음식에서 음료로 : 콩국

Kong-guk

 

우리음료 이야기

1. 음식에서 음료로

ㄱ. 식혜
ㄴ. 수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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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콩국

아시아 식문화에서 콩의 기여도는 상당합니다. 단순하게 쪄서 요리에 함께 넣어 먹는 것부터 간장, 두부 등으로 가공하는 것까지, 콩을 사용한 음식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는 콩으로 만든 음료도 종종 보입니다. 지역과 나라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음료로 보기에 손색이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떠우장(豆漿,Dòujiāng)입니다.

떠우장은 콩을 갈아 즙을 걸러 내린 음료로, 종종 요우티아오(油条, yóutiáo)라는 튀김과자와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떠우장의 한자 독음은 ‘두장’인데, 여기에서 먼저 <장漿>이라는 글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하다’의 뜻을 가진 <장將>에 물 <수水>변을 붙인 글자로, 즙이나 거른 물, 미음, 음료 등 마실 것을 나타냅니다. 이 글자의 실용적 의미는 차생활문화대전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장(漿)은 향약, 과실 등을 침양(浸釀)하여 마시는 음료이다. 모과장(木瓜漿)과 유자장(柚子漿)은 비교적 널리 현존한다.
- 네이버 음식백과 중 차생활문화대전의 장漿 설명 발췌

 

이 설명에 의하면, 장漿은 음료입니다. 그렇다면 豆漿이란, 수분 섭취가 우선이던 기초적인 음료 단계에서 발생한 초기 차의 일종으로, ‘콩을 갈아 걸러 만든 마실 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료란 무엇인가 : 차의 발생) 참고 발효하여 만드는 <장醬>에 술을 빚는 항아리 <유酉>변을 붙인 것과 비교해 보면, 이 글자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콩의 즙을 마실 물로 낸 것은 <豆漿>이 되고, 콩을 발효하여 담근 것은 <豆醬>이 됩니다.

이 글자는 우리 실록에도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보통은 ‘식음을 전폐하고’와 같은 표현을 좀 더 절박하게 만들기 위해 쓰이고 있는데, 이를테면 ‘왕이 수장(水漿)을 입에 넣지 않은 지가 3일이나 되니(문종실록 13권)’라거나, ‘맨땅에 거처하면서 가슴을 치고 통곡하였으며 수장(水漿)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효종실록 1권)’와 같이 썼습니다. 이 <수장水漿>의 의미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숙종실록에 적힌 한 과부의 이야기에서입니다.

 

오씨(吳氏)는 개성부(開城府) 사람인데, 17세에 본부(本府)의 보인(保人) 한창주(韓昌周)에게 시집가서 과부(寡婦)인 시어머니를 성심껏 섬기니, 인족(隣族)이 모두 이를 칭찬하였다. 한창주가 고질병이 드니, 거의 1백 일이 되도록 간호(看護)에 힘써 옷의 띠를 풀지 않았고, 눈을 붙일 틈도 없었다. 한창주가 죽자, 밤낮으로 벽용(擗踊)하며 수장(水漿)조차 마시지 아니하였는데, 시어미가 간절히 권하니, 비로소 묽은 죽을 마셨으며,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밤낮으로 신주(神主) 곁에 엎드려 곡성이 그치지 아니하니, 그 애통함이 사방의 이웃을 감동시켰다.
- 숙종실록 49권, 숙종 36년 11월 20일 경술 1번째기사 발췌

 

우리나라에는 두유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콩을 갈아 마시는 콩국이 있었습니다. 여름철 자주 찾는 음식 중 하나인 콩국수도 이 콩국에 담은 냉면입니다. 지금 콩국은 대부분 면이 들어가 식사의 형태가 되었지만, 중국의 떠우장을 보면 우리의 콩국 또한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마시던 음료, 즉 수장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콩국은 우리 식문화에서 음료와 음식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우리 식문화에는 이렇게 음료를 ‘국’으로 부른 흔적들이 종종 보입니다. 서양의 커피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이를 지칭하는 이름을 두고 음차어인 ‘가배차’와 우리 전통 식문화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조어 ‘양탕국’이 대치했던 것도 좋은 예입니다. ‘국’을 음료의 카테고리에서 보기 시작하면, 그동안 혼란스럽던 찌개와 탕, 냉국의 구분에 대해 좀 더 폭넓게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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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의 정체성을 이야기 할 때, 우무(한천, 寒天)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콩국에 우뭇가사리를 가공한 우무를 넣어 먹는 문화가 지금도 부산과 경남 일대에 남아 있습니다.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사용하는 음식은 주로 해안가에 한정하여 나타나지만, 이것이 아마 음료인 콩국과 음식인 콩국수의 경계를 넘어가게 해 준 다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무란 적조류가 만들어 내는 식물성 젤리 성분(점장)을 모아 굳힌 것으로, 마치 젤라틴처럼 37~40도 정도에서 응결됩니다. 굳힌 우무를 체에 대고 밀어 짧은 면발처럼 만든 것을 콩국에 넣으면, 보기에는 마치 국수 같지만, 젤리의 미끈거리는 촉감 때문에 음료처럼 마시게 됩니다. 사실 우무는 아가로스(agarose)라고 하는 선형 다당류와 펙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열량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우무를 넣은 콩국을 음식으로 먹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콩국에서 우무의 역할은, 도리어 콩국을 좀 더 음료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콩을 갈아 그 즙을 걸러 내는 콩국에는 다량의 수분과 함께 거친 콩의 미분이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얇고 짧은 우무 다발을 넣으면, 설령 콩비지가 다소 섞여 있더라도 훨씬 부드럽게 마실 수 있게 됩니다. 더욱이 우무는 실질적인 맛이나 향을 내지 않으므로, 콩국 본연의 향과 맛을 그대로 즐기면서 수분 섭취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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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음료시장을 추종하는 현대 음료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인 젤라틴을 실리콘 튜브에 흘리면서 냉각시켜 젤리면을 만드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분자칵테일’이라는 쇼비즈니스가 한때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문화는 척박한 전후 사정을 변명삼아, 손쉬운 ‘문화수입업’을 동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세계적인 한류’라는 것은 얄팍한 수입 가공만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수천년간 쌓인 우리 컨텐츠가 언제고 새로워지기를(溫故而知新) 기다리고 있습니다.

Written by B crop

넓고 얕은 지식의 음료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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