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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세상탐험기] 사과 Apple

Malus x domes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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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 중 하나는 사과입니다. 동양에 귤(citrus)이 있다면, 서양에는 사과가 있었습니다. 이 과일은 충분히 단단하여 저장과 유통에 유리했고, 오늘날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과일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사과의 향미를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려 본다면, 이것은 충분히 과일의 왕이라 칭할 만 합니다.
과일세상 탐험기 글 김준기 / 감수 B crop / 제작지원 cherry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 사과

사과는 전 기후대에 걸쳐 경작되는 과일로,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과일 중 하나입니다. 사과는 시베리아나 중국 북부처럼 극한 추위에서도 살아남고, 콜롬비아나 인도네시아처럼 훨씬 더운 기후에도 적응합니다. 60개국 이상에서 연간 1천톤 이상 생산하며, 주로 중국(3,700만 톤), 미국, 터키, 이란,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등은 연간 백만 톤 이상을 생산합니다. 2012년 세계 사과 수확량은 6,300만 톤에 달합니다.

사과는 인류가 가장 초기부터 채집한 열매 중 하나입니다. 사과의 야생종 또한 오늘날의 사과와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먹고 버린 사과 씨앗에 의해 의도치 않게 경작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인류가 채집경제에서 농경으로 전환하는 계기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합니다. 중동을 중심으로 자생한 사과의 야생종은 중국과 중동, 유럽, 중앙아시아 사이의 교역로를 통해 천천히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언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카스피해와 북해 지역에서 처음 경작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리스에서 사과를 재배한 기록이 있습니다. 접붙이기를 통한 사과의 개량도 이 즈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인류와 함께 있었던 과일인 만큼 수 많은 신화와 전설에도 등장하곤 하는데, 북유럽이나 그리스 신화가 대표적입니다. 헤라클레스가 찾아야 했던 보물이나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던 것도 황금사과였고,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 역시 종종 사과로 묘사되곤 합니다. 물론 고대에는 과일 품종에 대한 이름이 정확하지 않았고, 많은 경우 ‘apple’은 일반적인 ‘과일’을 뜻하곤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리스어나 라틴어 뿐 아니라, 독일어, 히브리어, 러시아어 등에 등장하는 많은 ‘golden apple’들이 사실은 오렌지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성서에 등장하는 선악과의 정체도 분명하지 않은데, 이는 라틴어로 사과(apple)와 악(evil)을 모두 ‘malum’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13세기부터 사과가 흔해지기 시작합니다. 백설공주나 빌헬름 텔의 전설 등 중세 전설에 사과가 흔하게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압착기가 발명되면서, 음용수를 쉽게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는 맥주처럼 발효한 사과주스, 즉 시드르(cider)를 많이 마셨습니다. 과일주스는 오래 보존이 어렵지만, 시드르나 페리로 발효하면 생성된 알코올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오래 두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튜더 왕조의 먹거리를 기록한 책 를 보면, 당시 수입된 포도주스와 시트러스 과일들이 고가인데다 보존이 힘들었던 반면, 사과와 배는 널리 재배되고 있어 구하기 쉬웠고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미 17세기에 서구 유럽에만 120개의 경작종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개신교는 금단의 과일이었던 사과를 신의 과일로 생각해 사과를 전파하는데도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들어서는 쓰임새에 따라 사과 경작종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에는 향긋한 디저트 사과가 더욱 인기가 있었지만, 푸딩이나 페스트리에 사용하는 요리용 사과도 여전히 많이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적당한 산도와 탄닌을 지니고 풍미가 강한 종은 시드르로 만들었습니다. 19세기 후반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현대 경작종인 M. x domestica 품종이 발견되며, 오늘날 상업적인 사과 생산의 기틀이 다져지기 시작합니다.

서양에서 사과가 다양하게 개량되고 활용된 반면, 동양에서는 복숭아에 가려 문화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과를 뜻하는 능금(林檎)이라는 단어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에서는 기원전 기록인 <상림부(上林賦)>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며, 고려시대에 저술된 계림유사 필사본에도 이 단어가 발견된다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동양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 흔적은 없습니다. 다만 중국은 워낙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한 땅으로, 사과 야생종 및 크랩애플 품종이 매우 다채롭게 진화한 흔적이 발견되고 있어, 현대적 가공산업에 유리한 발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현대적 사과가 널리 재배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선교사 호머 허버트는 <대한제국멸망사(1906)>에서, “한국은 온대 기후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품종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과일이 풍부한 땅이지만, 사과 만큼은 예외다. 이곳에서는 주로 감을 재배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잘 익는다”고 적고 있습니다. 식용 가능한 외래 품종 사과는 이 즈음하여 식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00년 제중원의 초대 병원장이었던 우드브리지 존슨 선교사가 미주리 주에서 7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들여온 것이 시작입니다.

 


 

사과는 장미과 식물 중에서도 특징적인 열매(pome, 이과, 배열매)를 맺는 Pomoideae아과에 속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사과 외에도 배(Pyrus)와 마르멜로(Cydonia) 등 주요 식용과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ICN(2011)에 의해 Malinae 아속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사과는 처음에 약 30여개의 원시종이 존재했고, 대부분은 잡종교배가 가능했습니다. 사과의 야생종 조상은 M. sieversii로, 지금의 서중국과 옛 소련에 걸쳐 분포해 있었습니다. M. sieversii의 야생변종으로 추측되는 M. pumila가 처음 재배된 사과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2010년 사과의 유전자 지도가 모두 해석되면서 논란은 종결됩니다. 초기 사과 경작은 종간 교배로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경작 가능한 사과는 Malus x domestica로 통칭하며, 유전적으로 코카서스의 M. orientalis, 유럽의 M. sylvestris, 시베리아의 M. baccata, 만주의 M. mandshurica, 중국의 M. prunifolia 등이 섞여 있습니다.

사과는 약 57,000개의 유전자를 가진 식물로,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식물보다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3만개)보다도 많습니다. 사과 종의 유전자형은 2n=2x=34가 대부분이며, 51, 68, 85체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작종은 3배체입니다. 사과는 대부분 자가수분이 잘 되지 않는 자가 불화합이며, 일부는 아예 무수정체입니다. 종에 따라 수분시켜 씨앗을 심어 나무를 키울 수 있으나, 이 경우 나무가 거대하게 자라 과수원에서 수확이 어렵고, 이형접합체여서 부모의 성질을 그대로 발현하지 않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활용이 어렵습니다. 보통은 접붙이기 등으로 번식시킵니다.

한때 전세계에 걸쳐 약 6~7천여 종의 사과가 재배됐었지만, 오늘날에는 유전적으로 개량된 몇몇 품종의 사과들만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Delicious 종은 가장 중요한 품종이며, Golden Delicious, Granny Smith, Fuji, Gala 품종 등이 전체 사과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우리에게 부사(富士)로 익숙한 ‘후지 사과’가 생산량의 67% 정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지에서도 인기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생산량을 자랑합니다. 후지 사과 외에도 사과의 품종은 제법 다양하며, 껍질의 색, 광택, 무늬, 크기가 다를 뿐 아니라 맛과 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 품종에 대한 자료는 홈페이지 아카이브 참조

현대적인 품종개량은 과실의 시장성을 높이고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사과는 주스나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되지만,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신선과일 시장입니다. 과일의 품질의 평가하는데는 지역별 선호도가 개입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중서부 지방은 달고 상큼한 사과를 선호하지만, 신맛(tart)이 나는 사과에 대한 수요도 꽤 많은 편입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신맛이 거의 없는 단 사과만을 선호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알러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자작나무 꽃가루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들이 사과에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사례(birch-apple syndrome)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일반적으로 사과의 상업적 품종 개량은, 과육질이 부드럽고 잘 부서지며, 껍질의 색이 밝고, 반점과 갈변이 잘 생기지 않고, 저장기간이 길어 운송과 보관이 쉽고, 소출이 더 많은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현대의 사과는 예전 경작품종들보다 훨씬 달고 맛있으며, 오랜 저장기간 동안에도 맛과 향미가 유지됩니다. 오늘날에는 유전자 연구 덕분에 질병이나 가뭄 등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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