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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세상탐험기] 모과와 퀸스 Mogwa & Quince

Chaenomeles sin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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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사용할 때 향미 보완재로 사용되는 과일이 바로 모과입니다. 아직도 모과와 퀸스의 구분은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전들이 퀸스를 ‘유럽모과’로, 우리 모과는 다시 퀸스로 번역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둘은 전혀 다른 품종입니다. 퀸스는 Cydonia속이며, 이전까지 같은 속으로 분류되던 3종의 모과들은 현재 Chaenomeles속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과일세상 탐험기 글 김준기 / 감수 B crop / 제작지원 cherry

 

사과나 배와 같은 형태의 다육질 열매는 ‘이과, 이상과(pome)’라고 하여 구분합니다. 장미속에서 이런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특별히 Maleae족으로 구분하여, ‘사과족(apple tribe)’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사과를 다룰 때 염두에 둘 수 있는 비슷한 향미 품종이 또한 이 사과족 내에 있는데, 바로 마르멜로(Cydonia oblonga, ‘quince’)와 모과(Chaenomeles sinensis)입니다.

사과와 마르멜로(퀸스), 모과 사이의 유전적 관계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향미나 발생학적 형태에 있어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으며, 묘한 연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과에서 모과로 갈수록 향이 진해지고, 과육이 단단해지며, 씨앗이 많아집니다. 씨방의 모양과 대칭구조의 생김도 비슷하지요. 게다가 모과를 옅게 우려내면 사과차로 오해할 만큼 향미가 비슷하여, 훌륭한 보완재 역할을 합니다.

헌데 아쉽게도, 아직 모과와 마르멜로의 구분은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전들이 마르멜로(퀸스)를 ‘유럽모과’로 번역하고 있으며, 우리 모과를 다시 퀸스로 번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모과와 마르멜로(퀸스)는 전혀 다른 품종입니다. 마르멜로(퀸스)는 Cydonia속이며, 이전까지 같은 속으로 분류되던 3종의 모과들은 현재 Chaenomeles속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모과라고 좀 불러다오

가을부터 겨우내내 달콤한 차로 즐길 수 있는 모과는 우리에게 비교적 흔한 과일입니다. 그러나 웹문서로는 제대로 된 영문 이름 하나 찾는 것도 힘이 들 정도입니다. 우선 일부 국내 사전에서는 Quince로 번역하고 있으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하면 국명 ‘모과나무’인 식물의 영문명은 ‘Chinese flowering-quince’입니다. 그러나 둘은 유사점이 있기는 해도, 식물학적으로 분명한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학명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 표준식물목록은 모과를 Chaenomeles sinensis로 적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이명을 함께 적고 있지만, 적어도 그 목록에 퀸스의 학명인 Cydonia oblonga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표준식물목록에서 Cydonia oblonga를 검색하면 국명 ‘털모과’, 영문명 Quince인 식물이 등장합니다. 즉, 영어 사용자에게 우리 모과를 설명하기 위해 ‘korean quince’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지언정, 모과의 번역어로 quince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모과는 예로부터 목과木瓜라 적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구분하자면, 모과를 말린 약재를 목과라 했습니다. 이 한자木瓜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모두 발견되는데, 중국에서는 papaya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나무에 달린 멜론’이란 뜻으로 쓰는 열대과일 파파야Carica papaya와 중국어 발음(mugua)이 같아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재미있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나무에 달린 참외’여서 모과라 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에서 木瓜는 명자나무(산당화)를 이릅니다. 선명한 붉은색 꽃잎과 노란술이 인상적인 이 꽃은 오다 가문의 문장으로 더 유명합니다. 우리 모과를 꽃나무로 기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일본에서는 꽃이 예쁜 모과 수종을 관상수로 애용했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이 나무를 flowering quince(당명자)로 부릅니다. 중국의 모과 역시 같은 관점에서 chinese flowering quince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유럽인들은 퀸스를 식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퀸스와 한중일의 모과들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물리적 거리에 비례하여 조금씩 차이가 생깁니다. 이전까지 모과들은 그 형태가 비슷한 탓에 퀸스와 구분되지 못하고, Cydonia oblongaCydonia sinensis 두 종으로만 구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유전자 연구가 활발해지고, 식물 분류 전반에 재조사가 행해지면서, 중국과 일본의 모과는 유럽의 퀸스와 구분되어 Chaenomeles라는 독자 학명을 부여 받습니다. 현재 모과 종은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되며, 이들 간의 잡종 교배를 통해 관상용 모과의 품종 개량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Chaenomeles cathayensis (Chinese quince)
Chaenomeles japonica (Japanese quince)
Chaenomeles speciosa (Chinese flowering quince)
Chaenomeles thibetica (Tibetan quince)

 

한편 중국 모과 중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모과와 유럽 퀸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또 다른 생물종이 존재합니다. 이 역시 Chinese quince라고 부르지만, 학명은 Pseudocydonia sinensis로 구분합니다. 이 종은 중국 모과(Chaenomeles)와 매우 비슷하지만, 가시가 없고 꽃이 한송이씩 핍니다. 학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럽 퀸스(Cydonia)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잎에 톱니모양의 가시가 있고 솜털이 있어 또한 차이점을 보입니다. 어쩌면 이 종이 유럽 퀸스와 동아시아 모과의 관계를 밝혀낼 열쇠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지리적 구분에 의해 종간의 유전적 차이점이 생기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품종으로 개별 진화하는 현상은 충분히 귤화위지(橘化爲枳)를 떠올리게 합니다. 식물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도 식생지의 환경(풍토)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며, 고립된 지형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화(변종)해 갑니다. 어쩌면 모과와 퀸스는 동서양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생긴 가상의 생물학적 경계로 인해 분화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모과와 퀸스를 전혀 다른 품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과가 quince로 번역되는 것은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편향입니다. 애초에 이 두 종이 구분되지 못했던 것은 열대, 아시아, 신대륙 등 유럽 외 지역의 식생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서구인들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양의 시각에서, 서양의 언어로, 서양의 과일에 빗대어 이해하는 방식을, 아직까지 우리가 의식 없이 사용하는 것은 탈오리엔트적 동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공용어가 영어인 현실은 감안해야 할 것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는데도 말하지 못하는 것은 학문적 굴종이나 다름 없어 보입니다.

물론 오리엔탈리즘이 무조건 자국 식생을 ‘japonica’로 구분한다거나, ‘dong-hae’ 따위의 국수주의적 주장으로 극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식물학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뜻도 됩니다. 한국의 모과에 가장 익숙한 우리가 그 차이점을 학술적 언어로 주장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에, 다음과 같은 시도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A fruit of Chaenomeles sinensis (Chaenomelis Fructus), which is known as “Mo-Gua” in Korea… (후략, 경북대 박상윤 외, 2014).”

중국 원산인 모과는 시큼하고 맛이 없어 먹지 않았지만, 그 향이 좋아 술로 담가 썼습니다. 모과는 사과나 퀸스에 비해 펙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마말레이드 하여 사용하기 좋으며, 레몬보다 많은 비타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종 요리할 때 모과를 퀸스의 대체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서구인들은 모과의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모과는 향이 진하게 농축된 과실이어서, 사용 방법이 다릅니다. 요리보다는 향미를 추출하여 음료에 활용할 때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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