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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도구 바로알기 – 프렌치팟 French Pot

french drip coffee pot

 

커피는 식물학적으로 에티오피아 원산이지만, 금욕적인 아랍 문화권에 들어서야 비로소 문화가 되어 기록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가 주로 마시는 커피의 종자는 당시 사람들의 시각대로 Coffea arabica, 즉 ‘아라비아의 커피관목’이라고 적습니다. 중세 커피문화의 발상은 확실히 아랍이었지만, 커피가 현대화되고 세계화되는 과정에는 유럽의 역할이 컸습니다. 우리는 이탈리아가 만들어 낸 현대 커피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프랑스의 공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브라질에 커피를 전한 프랑스인
유럽에 처음 커피가 소개된 시기는 대체로 16세기경으로 잡힙니다. 주로 터키 등 아랍 문화권에 있던 동유럽이 오늘날 유럽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커피가 아랍 문화권의 경계를 넘어 서유럽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입니다. 프랑스인이나 독일인 여행자들이 자국에 커피를 들고 들어가거나, 베니스 등 국제 항구에서 무슬림과 접촉이 일어나면서 커피가 전래되기 시작합니다. 프랑스는 1644년 Pierre de La Roque라는 여행자가 마르세이유에 커피를 처음 소개한 것으로 적고 있습니다.
아랍과 터키의 커피는 커피가루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만든 침출식 커피였기 때문에, 농도가 진하고 과추출되어 맛이 쓴 커피였습니다. 아랍이나 터키인들과 달리,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진한 커피 때문에 배앓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1685년, 국왕의 주치의였던 Dr. Monin이 커피에 우유와 설탕, 꿀을 넣어 쓴 맛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고안합니다. 그는 이 lait cafeté에 대해 ‘뱃속에서 뭉치지 않아 기침이나 배앓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이것이 카페오레(Café au lait)입니다.
프랑스의 수입업자들은 1707년, 예멘으로 가서 커피교역에 대한 독점권을 체결합니다. 이때 커피를 선적한 Moka항의 이름은 아직까지도 예멘 커피의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이 교역이 만족스러웠던지, 예멘의 술탄은 1715년 프랑스의 루이14세에게 커피나무 60그루를 선물합니다. 이 당시 프랑스는 1차 식민제국 건설을 마친 상태로, 신대륙과 카리브 제도 등 대서양 연안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남쪽에 있던 것이 기아나였습니다. 프랑스는 1719년 기아나에 커피 몇 그루를 심었고, 3년 뒤 첫 수확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1727년 브라질 관리 Francisco de Melo Palheta가 이 귀한 열매를 얻고자 기아나를 방문합니다. 총독은 그 요구를 거절했지만, 총독의 아내 덕분에 커피 종자를 얻을 수 있었고, 마침내 브라질에서 커피가 나기 시작합니다. 현대 커피산업이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브라질 커피는 프랑스에 의해 시작된 셈입니다. 이 때 건너간 커피 종자는 포르투갈에 의해 남미 전역에 퍼지게 됩니다. 한편 프랑스는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 섬에도 커피를 심었고, 이 커피가 오늘날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북유럽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렌치팟은 법랑이나 도자기 재질로 많이 제작한다. 사진 왼쪽의 드리퍼를 주전자 위에 올려 커피를 내린다. 드리퍼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내린 커피는 아무래도 커피미분 바닥에 남아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과추출로 인해 쓴 맛이 짙어졌다. 가능한 커피가루가 빠지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더해 개량한 것이 멜리타의 종이 필터다.
프렌치팟은 법랑이나 도자기 재질로 많이 제작한다. 사진 왼쪽의 드리퍼를 주전자 위에 올려 커피를 내린다. 드리퍼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커피미분이 함께 내려가, 시간이 지나면 과추출되어 쓴 맛이 짙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약 백여년 뒤, 가능한 커피가루가 빠지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더해 개량한 것이 멜리타의 종이 필터다.

 

최초의 드립커피, 프렌치 커피포트
현대 드립퍼 제조사의 마케팅 덕분에, 우리는 멜리타 벤츠를 드립퍼의 발명자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멜리타는 종이필터로 커피미분을 거르는 방법에 대해 1908년 특허를 등록했고, 이것은 현대 드립커피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드리퍼 형식과 커피를 거르는 드립커피 방식 자체는 이미 백 년 동안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드립커피는 1801년 파리 대주교였던 Jean-Baptiste de Belloy의 발명입니다. 그는 주전자 위에 하나의 용기를 더 얹어 두 부분으로 나뉜 포트를 고안했습니다. 상단 용기의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물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커피가루를 담고 끓인 물을 부으면, 물이 아래 주전자로 흘러 내려가면서 커피를 추출하게 됩니다. 이제 커피는 ‘거르는 것, 여과하는 것’이 된 것입니다. 발명한 주교의 이름을 따서 듀벨루아(dubelloire)라고 불렀던 이 도구가 프렌치 커피를 만드는 프렌치팟(french drip coffee pot)입니다.
쓰디쓴 터키식 커피를 견디지 못해 우유를 섞어 마시던 프랑스인들은 이 프렌치팟을 사랑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쓴 커피를 싫어했는지는, 저 유명한 브리아 샤바랭(Brillat-Savarin)의 책 <미식예찬> (원제는 미각의 생리학, Physiologie du goût)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수 많은 방법들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고백하며, 듀벨루아야말로 ‘가장 깔끔하고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이 획기적인 추출방식을 ‘auparavant infusé(선추출)’이라고 정의했으며, 이 원리는 현대 퍼콜레이터와 드립커피의 원형이 됩니다. 오늘날 프렌치팟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여전히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프랑스 식민지배국의 커피문화에 그 모습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의 커피는 여러모로 프랑스 커피문화를 받아 들인 흔적이 남아 있다. 베트남의 커피 드리퍼인 '핀'은 아무리 봐도 프렌치팟의 그것을 떼어내 개량한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의 커피는 여러모로 프랑스 커피문화를 받아 들인 흔적이 남아 있다. 베트남의 커피 드리퍼인 ‘핀’은 아무리 봐도 프렌치팟의 그것을 떼어내 개량한 것이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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