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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세상탐험기] 만다린 Mandarin (3) 탄제린

Citrus tange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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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들은 오랜 지리적 단절을 통해 각기 다른 진화를 거쳐 왔습니다. 시트러스는 유전적 유사성에 의해 시트론citron, 포멜로pomelo, 만다린mandarin, 파페다papeda 4개의 주요 원종(true species)으로 분류합니다. 이러한 유전적 구분은 실제 과일의 향미를 구분해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시트러스 들어가기 전문

과일세상 탐험기 글 김준기 / 감수 B crop

 

 

서양인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귤을 ‘만다린’으로, 일본 사츠마번에서 들어온 귤을 ‘사츠마’라고 불렀습니다. 동식물의 분류에 유전학적 지식이 개입되기 전까지, 이러한 작명법은 꽤 합리적이었습니다. 비슷한 과일이라도, 자라난 지역에 따라 생김새나 향미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탠저린(Tangerine)은 ‘탕헤르(Tangier)의 귤’이란 뜻인데, 1840년대 중반 탕헤르에서 유럽 본토로 처음 귤을 수입하며 생긴 말이라고 전합니다. Adam Dancy는 플로리다에 있는 N. H. Moragne의 과수원에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과수원에 자라고 있던 탠저린 종자를 가져가 육종하여 훨씬 맛있는 품종으로 개량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가 1867년 미국 시장에 소개한 것이 Dancy 탠저린입니다.

댄시 탠저린은 미국에서 주로 소비하던 오렌지에 비해 신 맛이 적고 당도가 높아 금방 인기를 끌었습니다. 껍질이 잘 벗겨져 ‘zipper’ 탠저린이라는 별칭도 얻었으며, 연말에 주로 소비되면서 크리스마스 탠저린으로 유명했습니다. 신선과일 뿐만 아니라, 만다린으로는 처음으로 주스로 만들어져 소비됐고, 통조림과 시럽도 대량 생산됐습니다.

이 탠저린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탠저린의 전파 경로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댄시 탠저린이 플로리다에 있던 만다린을 육종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담 댄시가 플로리다에서 전해 들은 말이 사실인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몇몇 문헌에서는 댄시 탠저린에 대해 ‘탕헤르에서 전해진 종자라고 믿고 있다’거나, 과수원 측에서 ‘탕헤르의 종자라는 뉘앙스를 뽐내려 했다’ 정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탕헤르와 미국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정황증거는 있는 편입니다.

탕헤르는 ‘지중해의 입구’였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수 많은 침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 땅은 로마의 지배를 받다가 반달족에게 침략 당했고, 곧 비잔틴 제국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보통 ‘대항해시대’라는 낭만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1차 식민지 확장기 동안 포르투갈은 탕헤르를 최우선 목표로 점령했으며, 1662년에 왕녀를 영국 왕가와 결혼시키면서 지참금으로 넘기게 됩니다. 영국은 해군 기지로 이곳을 활용했으나, 술탄과의 전쟁으로 도시가 파괴된 것이 1684년의 일입니다.

이후 모로코의 술탄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끊임 없는 해적질에 시달렸고, 1792년부터 1822년까지 모로코의 술탄이었던 Sulaiman은 유럽과의 교역을 끊게 됩니다. 그러나 술레이만은 선친의 정책에 따라 미합중국과는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821년에는 미국의 첫 해외 공사관(legation)이 탕헤르의 메디나에 세워지게 됩니다. 즉 이 시기 탕헤르와 미국 사이에는 상당한 교류가 있었을 것이고, 이 때 만다린의 종자나 접목이 건너갔을 수 있습니다. 플로리다에 있던 댄시 탠저린의 모계 종자가 탕헤르에서 건너왔다고 볼 수 있는 상당한 정황이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탕헤르의 탠저린은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요.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 자생하던 만다린이 서양에 전래된 것은 수 많은 개별적 접촉에 의한 것이어서 일일이 추적하기는 어렵지만, 남아 있는 몇몇 연구를 통해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합니다. 마지막 퍼즐은 지중해 만다린(Mediterranean Mandarin)입니다. 지중해 만다린은 19세기 지중해 연안에 자라기 시작한 씨 있는 만다린으로, 잎이 얇고 뾰족하여 Willowleaf Mandarin이라고도 합니다.

Henri Chapot는 지중해 연안과 이탈리아 일대에 등장한 이 독특한 시트러스를 추적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의 기록(1962)에 따르면, 이 만다린은 1810년 경 이탈리아 지역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여, 몰타섬을 통해 1830년에 이집트로 들어갔고, 1850년에 알제리에 수입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한 것은 1840년이며, 이 즈음 지중해 연안국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도 처음 소개됐다고 합니다.

한편 오렌지와 만다린, 탱자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여 현대 시트러스 연구에 한 획을 그은 Mikeal. L. Roose는 유럽에서 만다린이 처음 재배된 시기를 1805년으로 특정(1995)했습니다. 마이클 루스가 찾은 것은 두 개의 만다린 품종이 광저우(Canton)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기록입니다. 이 중 하나가 이탈리아 지역에 온전히 정착하게 된 것이 바로 지중해 만다린이며, 이 품종은 오와리 밀감(사츠마)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인 4~50년대에 뉴올리언스 이탈리아 영사관에 이식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지중해 만다린을 탠저린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스페인 영토를 통해 만다린이 유럽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만다린이 한자문화권을 벗어난 계기는 18세기 예수회의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1771년 비로소 만다린이라는 시트러스가 기록됐으니, 예수회 선교사들이 이 종자를 가져다 누에바에스파냐(New spain)에 심은 것도 그 즈음일 것입니다. 추측컨대 여기서 성공적으로 재배된 만다린 열매가 18세기 말 19세기 초 즈음 에스파냐 본토로 들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처럼 종자 반출이 엄격하게 통제되지 못했을 것을 고려하면, 스페인을 통해 곧 유럽 각지에 만다린이 퍼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19~20세기 탕헤르는 무슬림과 유대인, 유럽인들이 함께 거주하는 국제도시였으며, 유럽인 중 상당수는 스페인인이었다는 점도 힌트가 됩니다.

 

 

아무튼, 19세기 중반 당시만 해도 ‘탠저린’이란 말은 그 종자가 모로코 탕헤르에서 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수 많은 사람들이 빨간 귤을 탠저린이라고 부르거나, 탠저린과 만다린을 구별 없이 같은 단어로 사용했습니다. 유럽에서는 한때 지중해 만다린을 탠저린으로 구분하기도 했으나, 곧 이것을 불명확한 용어로 보아 만다린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1960년대 이후 탠저린은 유럽 시장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됐습니다. 이제 만다린과 탠저린이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라는 건 상식과도 같습니다.

문제는 만다린의 기후 적응 능력입니다. 전래 경로 추적이나 유전자 지도 모두 분명 탠저린과 동아시아의 귤이 같은 만다린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럽의 탠저린과 동양의 귤은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은 스윙글과 타나카가 서로 다른 분류를 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식물은 같은 종일지라도 자란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형질이 달라집니다. 한 종자가 가진 형질을 어떻게 발현시키느냐는 재배와 육종, 그리고 소비재 제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트러스처럼 기후 적응 능력이 좋은 종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탠저린의 붉은색은 카로테노이드(carotenoid)의 색입니다. 블러드 오렌지의 붉은색이 안토시아닌의 발현에 의한 것과 비교됩니다. 카로테노이드는 광합성에 관여하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열대기후에서 자란 만다린은 색상이 옅어지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란 탠저린은 진한 색상을 띕니다. 기후 조건이나 토양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천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만든 항산화 물질 때문에 붉은 색이 발현 됐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이런 차이는 크지 않지만, 제조의 영역에서는 과즙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향미를 다루는 산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만다린 오일이 생산되고, 미국에서는 탠저린 오일이 생산되는데, 이 두 오일은 서로 다른 제품으로 수출입됩니다. 분명 만다린과 탠저린은 같은 종이지만, 똑같이 껍질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인데도 두 종의 향이 다릅니다. 만다린 오일은 좀 더 밝고 가벼운 느낌이 나고, 탠저린 오일은 달콤한 향이 강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탠저린 오일은 리모넨 함량이 높고, 만다린 오일은 감마 테르피넨 함량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향미 산업에서는 아직도 탠저린과 만다린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음료와 제품, 향료 등을 만들 때는 이런 미묘한 차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탠저린과 만다린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두 용어를 혼용하거나 한쪽을 생략해도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색상과 향미, 과육의 특성, 맛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용어의 구분이 큰 도움이 됩니다. 수 많은 천연재 베이스의 가공품이 전 세계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제 귤 하나도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볼 줄 알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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