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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 이야기 3. 민트의 이해

The Bar BERM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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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레시피의 바다에서 정확한 좌표를 제공하는 것은 ‘재료’ 뿐이다. 재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모든 행위는 흉내내기에 그치고 만다. 이 책은 정답을 적은 교과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버뮤다가 항해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버뮤다의 대표 메뉴가 된 모히또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재료의 이해가 실제 바의 운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인다.

모히또의 해체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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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준기, 홍태시 / 감수 베버리지 아카데미 / 제작지원 더 버뮤다(BERMUDA)

 

 

3. 민트(mentha)의 이해

어쩌면 모히또 레시피에서 가장 변화의 폭이 큰 부분은 민트일지도 모른다. 민트는 Lamiaceae과의 작은 속으로, 바질이나 로즈마리, 세이지, 오레가노, 타임, 라벤더 등 식용 허브들과 함께 이른바 ‘mint family’를 구성하고 있다. 민트 속은 십여종에 불과하지만, 아직 식물학적 연구가 완료되지 못하여 현재까지는 정확한 종별 분류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상업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을 뿐더러, 종간 교배가 쉽게 일어나는 탓에, 상당히 많은 경작품종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모히또에 사용할 민트는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예르바 부에나

민트는 유라시아 지역 원산의 풀이며, 다수가 지중해 연안을 원산지로 한다. 이미 그리스 신화에도 민트에 관한 전설이 등장한다. 하데스(pluto)가 코키토스 강의 정령(nymph)인 멘테(Menthe)와 불륜을 저지르자, 분노한 아내 페르세포네가 그를 민트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스의 역사가 Strabo는 이 민트에 대해 ‘héduosmon(sweet smelling)’이라고 부연하고 있지만, 이 서술로는 정확한 원 품종을 알 수는 없다.

민트가 오랫동안 유럽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식음료 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에도 널리 사용되었고, 지역별로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했다. 다만 중세의 척박한 식물학적 지식은 이를 종류별로 구분하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민트의 종별 차이점이 구분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현대적인 의학의 모습을 갖춰가던 18세기 런던의 약방에서다. 위장약으로 사용되던 ‘페퍼민트’는 비로소 정식 이름으로 기록되어 독립적인 하나의 종으로 구분되기 시작한다. 이즈음 린네 역시 Mentha 종을 정리한다(Species Plantarum, 1753년).

그러나 민트와 같은 초본 식물은 특히 구분이 어렵다. Mentha 종의 분류는 아직까지도 수 많은 이명(異名, synonym)들이 얽혀 혼잡한 상황이다. Jean Michel Gandoger와 같은 학자들이 잘못된 분류를 ‘지속적으로 부지런하게’ 출판하는 바람에 혼란을 더하기도 했다(오늘날 그가 정리한 학명은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아직까지 Mentha 종에 대한 정확한 계통학 자료는 제시하기 어렵다. 문헌에 따라 Mentha 종을 13종에서 20종 정도로 분류하며, 수많은 경작종과 변종들이 존재한다는 정도만 언급한다.

Mentha 종이 유전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식민시대로 추정된다.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곳 원주민들 역시 민트를 중요한 약재로 사용하던 중이었다는 서술 정도만 남아 있다. 이주민들이 가져간 유라시아 민트는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 민트와 빠르게 섞이기 시작했다. 몇몇 품종의 민트는 서로 쉽게 잡종이 되는데, 당시의 식물학 수준에서는 이를 통제하거나 추적하여 기록할 여유도, 능력도 없었다. 민트와 그 이동경로를 추적할만한 사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모히또가 유행하기 시작한 20세기 아바나에서 사용된 ‘예르바 부에나’가 민트인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품종이었는지는 밝혀내기가 어렵다. 예르바 부에나(Yerba buena/Hierbabuena)는 직역하면 “Good herb”란 뜻으로, 우리에겐 사실상 아무 뜻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그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민트를 전부 ‘예르바 부에나’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많은 인터넷 자료들이 예르바 부에나의 학명과 이름을 저마다 아무렇게나 열거하는 믿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실망스럽게도 IBA 또한 모히또 레시피에서 전혀 민트의 품종을 지정하고 있지 않다. 그저 ‘6 Mint sprigs’를 쓰라고 적었을 뿐이다. 재배품종까지 세면 수백가지는 족히 되는 민트 중, 모히또에 정확히 어떤 민트를 사용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텐더들은 자국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민트를 별 의심 없이 가져다 쓴다. ‘예르바 부에나’라는 넉넉한 워딩의 그 자유로움이 레시피에도 녹아 들었다고 여겨도 좋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여기에도 분명 힌트는 있다.

 

 

Karmen Kapp, “Polyphenolic and Essential Oil Composition of Mentha and Their Antimicrobial Effect”, University of Helsinki, 2015
Karmen Kapp, “Polyphenolic and Essential Oil Composition of Mentha and Their Antimicrobial Effect”, University of Helsinki, 2015

 

민트의 종류와 향미

민트의 향미는 크게 멘톨/멘솔(menthol) 계열과 터르펜(terpene) 계열로 나눠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물이 터르펜을 다양하게 합성하고 있으므로, 정확하게는 멘톨을 합성하는 특별한 민트를 구별해 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첨부된 표는 헬싱키 대학 약학과 교수인 Karmen Kapp의 2015년 연구에서 발췌한 것이다. 추출한 오일의 성분 구성은 같은 종에서도 경작종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대개 멘톨이 주성분인 것은 페퍼민트(M. × piperita)의 경작종이다.

페퍼민트는 스피어민트와 워터민트의 잡종이다. 스피어민트(M. spicata) 추출유의 주성분은 carvone과 limonene 등 터르페노이드지만, 워터민트(M. aquatica) 추출유의 주성분에서 Menthofuran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외부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터르펜을 만드는데, 일부 민트 종은 합성한 터르펜을 좀 더 강력한 물질인 멘톨로 바꾸도록 진화한 것이다.

멘톨은 페퍼민트가 리모넨을 합성하면서 생성한 방어물질이다. 이 합성능력을 가지고 있는 민트여야 비로소 멘톨을 얻을 수 있다. 유칼립톨 역시 비슷한 물질로, 합성 멘톨을 만들 때 유칼립톨을 쓴다. 이런 물질들은 해충이나 주변의 경쟁 식물에 독으로 작용하는데, 독특하게도 사람 피부에서는 냉감수용체(TRPM8)를 자극해 차가운 느낌을 만든다. 사실 이 작용은 캡사이신과 같아, 멘톨도 먹었을 때 맵다고 느끼게 된다.

중세 유럽인들에게 약초는 매우 중요한 의약품 재료였다. 특히 멘톨처럼 특별한 작용을 하는 강한 향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18세기부터 현대적 의학의 개념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민간의학은 20세기까지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늘날 민트줄렙이나 모히또 같은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민트잎을 찧는 행위는 중세 약초학의 재현이나 다름 없는 의식(ritual)이다. 특히 서양인들에게 페퍼민트가 워낙 익숙한 약초이다보니, 꽤 많은 모히또 레시피가 페퍼민트를 사용한다. 그들의 문화적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쿠바에서 자라는 민트는 우리가 쓰는 것과 달리 ‘키가 큰 애플민트 종’으로, 정확하게는 Mentha × villosa (M. nemorosa)다. 모히또 민트라고도 하는 쿠바 민트는 스피어민트와 애플민트의 교배종이며, 추출유는 카르본과 리모넨 등 터르페노이드가 주 성분이다. 쿠바 모히또의 오리지널 레시피에 멘톨향은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따라서 모히또 레시피를 해체하여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멘톨의 유무와 향의 강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페퍼민트의 강한 향은 바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고, 스피어민트의 달콤한 향은 카페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향미 성분은 매우 복합적이어서 한 두 가지 성분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으나, 대개 리모넨 성분을 가지고 있는 민트 품종은 라임과 함께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쿠바의 예르바 부에나인 M. × villosa 역시 리모넨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바텐더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피어민트도 카르본과 리모넨을 주 성분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시트러스와 어울린다. 페퍼민트 품종 중에서도 ‘라임민트’와 같은 이름이 붙은 경작종들은 멘톨이 적거나 없고, 멘톨 합성에 필요한 리모넨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반면 애플민트(M. suaveolens)는 다소 순하긴 해도 페퍼민트 캐릭터(piperitenone)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애플민트가 많이 사용된 것은 유통의 용이함도 있겠지만, 자생 박하와 비슷한 향에서 오는 친숙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한국의 자생 박하는 Japanese peppermint(M. arvensis)와 가까울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종 역시 유칼립톨(cineole)을 함유하고 있어 페퍼민트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모히또 시럽 제품들은 이런 혼란 탓에 향미의 편차가 크다. 대부분 민트종을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용 전에 페퍼민트 계열인지 스피어민트 계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럼을 기주로 하는 모히또에 잘 어울리는 허브들. 9시 방향의 가장 큰 민트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애플민트, 버뮤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피어민트, 레몬밤, 파인애플세이지, 레몬버베나, 초코민트, 라벤더.
화이트럼을 기주로 하는 모히또에 잘 어울리는 허브들. 9시 방향의 가장 큰 민트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반 바에서 사용하는 애플민트, 버뮤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피어민트, 레몬밤, 파인애플세이지, 레몬버베나, 초코민트, 라벤더.

 

모히또를 위한 허브의 재조합

사실 민트는 아주 키우기 쉬운 풀이다. 그동안 민트가 상업적으로 유통되지 않았던 것은, 서양인들에게 민트가 ‘흔하고 기르기 쉬운 풀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다만 실제로 신선한 민트잎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면 아주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민트잎은 일단 따면 하루 만에 말라 못 쓰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신선하게 유통되는 민트의 종류는 극히 적었고, 수요가 적은 민트는 구할 수 없었다. 어지간한 바에서도 애플민트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때로 답은 단순하다. 버뮤다는 그동안 직접 민트를 길렀다. 옥상에서, 마당에서, 텃밭에서,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었다. 실제로 원재료를 접해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애플민트가 정말 모히또에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다른 민트를 넣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페퍼민트도, 스피어민트도 수확해 찧었다. 구할 수 있는 민트는 모두 구해서 몇 년 동안 길러본 다음에야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버뮤다의 모히또가 특별히 사랑을 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공부도 분명 한 몫을 했을테다.

최근 허브농장들이 생기면서 다양한 신선 민트를 구하는 일은 비교적 쉬워졌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아바나의 바텐더들보다 불리한 점은 계절이다. 쿠바는 건기와 우기 정도로 구분되는 단순한 기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사계절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계절마다 민트 컨디션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민트는 원래 온대 식물이므로, 춥거나 더우면 터르페노이드 합성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봄가을에는 향이 아주 좋지만, 여름에는 잎이 얇아지고 품종에 따라 비린내가 섞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겨울에는 잎이 작아지고 대체로 잡내가 많아진다. 이런 변화에 맞춰 머들링 방식이나 민트잎의 양 등, 레시피의 세부사항을 계속해서 수정해 줘야 한다.

머들링에 대한 고정관념도 해체할 필요가 있다. 약초의 귀한 성분을 추출한다는 중세 약초학을 배제하고, 순전히 음료의 관점에서만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민트는 자연 생태에서도 유달리 향이 강한 풀이다. 강하게 찧게 되면 풀즙이 나오고, 쓰고 텁텁한 맛과 강한 민트향, 알싸한 풀내가 음료에 온통 가득차게 된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음료 밸런스에도 좋지 않고, 대중적으로 어필하기도 어렵다. 현대적인 모히또는 민트의 향미 만을 이용한다. 바 스푼으로 민트잎과 줄기를 가볍게 건드려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향을 강조하고 싶다면 강한 머들링이 아니라, 가니시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한편 예르바 부에나(good herb)의 의미를 확장해 보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 모히또의 어떤 특징을 부각하고 싶은지에 따라, 민트보다 효과가 좋은 허브잎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라임과의 매칭을 고려, 카페 음료로서 스윗&사워를 강조하고 상큼한 향을 더할 목적으로 버뮤다에서 선별한 허브들이다. 스피어민트, 레몬밤, 파인애플세이지, 레몬버베나, 초코민트 등은 모두 리모넨 성분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어, 시트러스 과즙과 잘 어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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