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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와 인물] 5. 요한 슈웹스 – 에그 보틀

음료와 인물

지금 우리가 마시는 음료는 오랜 역사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발전해 온 결과물입니다. 현대 음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탄산음료와 탄산수가 상업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높은 압력을 버티며 탄산을 잡아 둘 수 있는 병입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음료와 인물에서 알아 볼 다섯 번째 인물은 요한 야콥 슈베프입니다. 슈웹스사의 제네바 시스템과 에그 보틀은 탄산수를 상업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기초였습니다.

 


 

5. 슈웹스 에그 보틀 Egg bottle

 

Johann Jacob Schweppe는 프리슬리의 연구(1770)를 바탕으로 인공 탄산수의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실시합니다. 슈베프는 기존 연구들을 개선하여, 1783년 제네바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제조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790년, 사업 파트너들을 모아 ‘Schweppe, Paul and Gosse’사에서 제네바 시스템의 상용화를 완료합니다. 제네바 시스템은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가압 펌프로 물에 용해시키는 장치였습니다.

 

요한 야콥 슈베프 Johann Jacob Schweppe (독일 출생, 스위스 1740.3.16~1821.11.18)
요한 야콥 슈베프 Johann Jacob Schweppe (독일 출생, 스위스 1740.3.16~1821.11.18)

 

슈베프가 생각한 초기 탄산수는 현대 탄산수와 의미가 달랐습니다. 슈베프는 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물을 보고, 고향인 제네바의 가난한 환자들이 좋은 물(mineral water)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네바의 의약사들에게 이를 제안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물을 구입해 마시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충분한 수익이 생겼고, 이러한 관점에서 대량 생산 체계인 ‘제네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의 의학 상식 때문입니다. 서유럽은 대부분이 석회암지대여서 지표수가 뿌연 석회수인 경우가 많은데, 18세기 유럽인들은 이 석회수(hard water)가 만성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습니다. 반대로 화산지대의 광천수(mineral water)는 배앓이나 소화불량에 좋다고 믿었으며, 발포성을 광천수의 증거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슈웹스가 1792년 런던 시장에 인공 광천수를 출시하면서 사용한 광고 메시지는 “소화불량을 해결하고, 신장결석 환자들에게 좋다”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의약품으로 취급되어 병당 3.5펜스의 소비세가 붙었습니다.

탄산수가 상대적으로 품질이 더 좋다고 볼 여지는 있습니다. 석회수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게 되면, 물속에 녹아 있는 칼슘이 이산화탄소와 반응하여 다시 탄산칼슘으로 침전되므로, 좀 더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광천수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석회수에서 미네랄을 제거한 연수(soft water)에 가깝습니다. 당시 슈웹스 인공 광천수의 의미는 식품안전 면에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전까지 음용 광천수는 자연에서 얻은 원료였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Schweppe, Paul and Gosse사는 먼저 증류수를 만든 뒤, 일정한 농도의 탄산을 주입했습니다.

 

초기 슈웹스 탄산수
초기 슈웹스의 도기 에그 보틀

 

아무튼 처음 슈베프가 만든 것은 ‘생수(mineral water)’였기 때문에, 그는 당시 물 대용품이었던 맥주나 사이다와 마찬가지로 투박한 도기병에 코르크 마개를 끼워 판매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석기Stoneware나 도기Earthenware는 1200°C 이하에서 만들 수 있어 가격이 저렴했지만,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 소성해야 하는 유리, 자기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습니다. 음료 가격에서 병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므로, 슈베프는 도기병을 선택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마개였습니다. 코르크 마개는 다공질이어서 공기가 통할 수 있기 때문에, 병 안에서 압력을 누적한 탄산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와인병은 변질을 막기 위해 병을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는 코르크를 적셔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슈베프는 아예 병을 세울 수 없도록 밑바닥을 달걀 모양으로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에그 보틀의 시작입니다. 에그 보틀은 늘 코르크 마개가 젖어 있어, 탄산가스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병의 재질이었습니다. 유리화가 진행되지 못한 도기 재질 역시 다공성이었기 때문에, 탄산이 조금씩 방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판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해외 판매 등 장기 유통에 있어서 분명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슈베프는 1791년 런던 진출을 준비하면서 에그 보틀을 유리로 제작하게 됩니다. 다만 도기병은 가격 뿐 아니라 내구성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초기 10년 간은 유리병과 함께 판매된 것으로 보입니다.

 

Schweppes Egg Bottle By Sodapopper (Own work) [CC BY-SA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Schweppes Egg Bottle By Sodapopper (Own work) [CC BY-SA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슈베프와 그의 파트너들은 1792년 런던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그러나 런던에는 이미 수많은 약사들이 광천수와 인공 광천수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슈웹스 인공 광천수는 탄산도 강하고 물도 깨끗했지만, 경쟁 속에서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는데 실패하고 맙니다. 런던 진출 실패로 파트너십은 결렬(1795)됐고, 슈베프는 사업 파트너들과 법적 분쟁 끝에 런던 사업만을 남기게 됩니다. 런던 슈웹스는 1798년, 광고에 ‘소다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수익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슈웹스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소다수가 됩니다.

슈웹스의 성공은 독특한 에그 보틀 덕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18세기 말부터 많은 소다수와 광천수,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들이 이 디자인을 차용했습니다. 제조사들에게 뜻하지 않은 이점도 존재했습니다. 에그 보틀은 한 번 개봉하면 내려놓기가 어려워서, 소비자들은 개봉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모두 마셔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에그 보틀을 위한 전용 거치대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에그 보틀 핑계를 대며 취하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곧 ‘Drunken bottle’이라는 애칭도 얻었습니다.

사실 둥근 바닥구조가 탄산수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었습니다. 일반 병이나 단지는 평평한 바닥에 많은 압력이 가해지는 구조였고, 연결 부위가 취약해 유통과정에서 종종 터지곤 했습니다. 당시 공예 수준에서 해결방법은 더 두껍게 만드는 방법뿐이었고, 병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이 문제는 당시 병조림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압력을 분산시키는 에그 보틀은 같은 무게로도 훨씬 튼튼하게 만들 수 있었고, 덕분에 병이 가벼워져 유통도 더 쉬웠습니다.

밀폐력과 내압능력이 우수하고 더 가벼운 에그 보틀 덕분에, 유럽 탄산음료는 선박을 통해 더 멀리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곧 에그 보틀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도 수출됐는데, 이를 본 William F. Hamilton이 미국에서 이 디자인에 대한 특허(1808)를 출원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해밀턴은 병의 날렵한 모양을 따서 ‘Torpedo(어뢰) bottle’로 특허를 냈으며, 지금까지 에그 보틀을 ‘Hamilton bottle’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슈베프는 1799년 그의 지분을 청산하고 은퇴했으며, 그의 병 디자인에 대해 평생 특허를 내지 않았습니다.

에그 보틀이 우회했던 문제들이 기술적으로 개선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892년 William Painter가 크라운 캡을 고안하고, 1901년 Peter Malmstrom가 에그 보틀의 구조를 유지하며 세울 수 있는 디자인을 그려내면서, 에그 보틀은 현대 유리병 속으로 숨어 들게 됩니다. 지금도 유리병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그 보틀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슈웹스 브랜드는 자사의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위해 에그 보틀이 연상되도록 병을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현대의 슈웹스 병에서도 에그 보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대의 슈웹스 병에서도 에그 보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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