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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와 인물] 6. 윌리엄 페인터 – 크라운 캡

음료와 인물

지금 우리가 마시는 음료는 오랜 역사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발전해 온 결과물입니다. 현대 음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탄산음료와 탄산수가 상업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높은 압력을 버티며 탄산을 잡아 둘 수 있는 병입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음료와 인물에서 알아 볼 여섯 번째 인물은 윌리엄 페인터입니다. 페인터의 크라운 캡은 슈웹스의 에그 보틀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든 일회용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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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크라운 캡 Crown Cap

 

코르크는 오랜동안 병마개로 사용됐습니다. 탄성이 좋은 코르크 참나무의 껍질을 성형하여, 좁은 병 목에 끼워 마찰력으로 액체를 가둬두는 것이었습니다. 재질이 비싸고 사용하기 불편했을 뿐 아니라 공기를 조금씩 투과시켰기 때문에, 향미가 사라지거나 용량이 줄어들고 내용물이 상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와이너리들은 병을 눕혀 늘 코르크 마개가 젖어 있도록 보관하거나, 왁스를 덧씌워 밀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왔습니다.

슈웹스의 에그보틀은 당시 기술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 기발한 임시방편이었습니다. 코르크의 마찰력으로는 조금씩 누적되는 탄산의 압력을 도저히 잡아둘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와이너리의 오랜 아이디어를 보편적인 행동양식으로 바꾸는 과감한 디자인적 시도를 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압력을 극복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인 밀폐력을 보장하는 마개의 개선은 계속해서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이슨자의 스크류캡입니다. 1858년, 양철공 John Landis Mason이 고안한 이 병뚜껑은 20세기 냉장고의 보급 전까지 수 많은 가정식의 보관을 책임진 기술입니다. 그 전까지 병조림은 얇은 주석판을 덮고 왁스로 밀봉하는 방식이었고, 메이슨이 고안한 것은 주석판을 왁스 대신 잡아줄 림(rim)과 고무링이었습니다. 초기 메이슨자 뚜껑이 림과 커버로 나눠진 것은 이렇게 왁스 실링하던 기존 관습 때문입니다.

철사로 분리된 뚜껑을 고정시키는 방식도 이 즈음 고안되고 있었습니다. Bail closure, Kilner라고도 부르는 이 flip-top 방식은 1875년 Charles de Quillfeldt에 의해 상용 특허가 고안되었고, 곧 Henry Putnam에 의해 상용화됩니다. 철사 하네스가 도자기 재질의 병뚜껑을 잡고, 클램프(latch clamp) 원리로 조여 잠그는 방식으로, 쉽고 빠르게 열고 닫는 뚜껑이라 하여 Lightning jar라는 이름으로 홍보됩니다. 이 플립탑 마개는 지금도 Le Parfait나 Bormioli Rocco에서 생산합니다.

이상의 방식들은 1950년대까지 미국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던 병입 기술입니다. 쉽고 빠르게 병을 밀봉할 수 있고,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들이 상업적인 병뚜껑으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제조비용이 높았을 뿐 아니라, 유통이 가능할 만큼 밀폐력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미국 농무부는, “주석 뚜껑과 고무로 구성된 스크류 방식, wire-bail 방식의 유리병에서 진공 밀폐가 형성된다고 볼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윌리엄 페인터 William Painter (아일랜드 출생, 미국 1838.11.20~1906.7.15)
윌리엄 페인터 William Painter (아일랜드 출생, 미국 1838.11.20~1906.7.15)

 

윌리엄 페인터는 아일랜드 출생으로, 스무살에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을 간 기술자입니다. 그는 1865년부터 볼티모어의 Murrill & Keizer’s machine shop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위조지폐 감별기, 사출좌석 등 다양한 발명을 했지만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곧 그는 대량으로 사용되는 간단한 일회용품을 개발하는 것이 큰 성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새로운 발명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의 눈에 띈 것은 당시 인기가 높았던 탄산음료였습니다. 1880년대에는 약국이나 펍 등에서 소다파운틴을 설치해 두고 다양한 시럽을 섞어 탄산음료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음료를 마땅히 보관할 기술이 없어 가정으로 음료가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사용되던 유리병 마개들은 대부분 재사용을 전제로 개발되어 있었는데, 탄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쉽게 김이 빠졌을 뿐 아니라, 철사나 주석과 같은 소재가 내용물과 닿아 식품위생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페인터는 일회용품을 전제로, 금속 뚜껑이 병 입구를 잡아 쥐는 단순한 형태의 뚜껑을 고안합니다. 병 입구를 둥글게 처리하고, 원형의 금속 디스크 주위를 스물 한 개의 이빨을 가진 플러그로 형압하여 고정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안쪽면은 코르크 디스크를 덧대어 금속이 음료 내용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마개는 매우 단단하여 탄산의 압력 뿐 아니라 외부 충격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호력이 있었고, 제조나 소비에 있어서도 사용이 매우 간편했으며, 한 번 사용하고 버릴 수 있을 만큼 적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Crown Cork & Seal Co. Syruper-Crowner Soda Bottling Machine (1898)
Crown Cork & Seal Co. Syruper-Crowner Soda Bottling Machine (1898)

 

1892년 특허가 나오자마자, 페인터는 Crown Cork & Seal Company를 설립합니다. 1898년에는 핸드프레스기를 개량하여, 시럽과 탄산수를 주입한 뒤, 발로 프레스를 밟아 형압할 수 있는 기계를 고안합니다. 숙련된 직공은 분당 24병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페인터가 작고할 1906년 즈음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 생산 시설을 건설할 정도로 큰 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페인터의 크라운사 초기 세일즈맨이었던 King Camp Gillette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는 한 번 쓰고 버리는 크라운캡을 보고 발상을 전환했고, 당시까지 가죽면에 날을 갈아 사용하던 면도날을 일회용으로 고안하게 됩니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오늘날 하나의 수익모델이 된 ‘질레트 원칙(Razor-Razorblade Model)’입니다.

한편 크라운 홀딩스는 1968년 플라스틱 마개를 개발하고, 1984년 PET와 캔을 생산하는 등,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US468258 A (1892.2.2)
US468258 A (1892.2.2)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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