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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이해] 설탕 바로알기

The Bar BERMUDA

복잡한 레시피의 바다에서 정확한 좌표를 제공하는 것은 ‘재료’ 뿐이다. 재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모든 행위는 흉내내기에 그치고 만다. 이 책은 정답을 적은 교과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버뮤다가 항해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버뮤다의 대표 메뉴가 된 모히또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재료의 이해가 실제 바의 운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인다.

모히또의 해체와 재구성

The BERMUDA itawon
글 김준기, 홍태시 / 감수 베버리지 아카데미 / 제작지원 더 버뮤다(BERMUDA)

 

 

ⓒbeverage academy
ⓒbeverage academy

 

 

6. 설탕의 이해

당은 호흡하는 모든 생명체의 필수 에너지다. 인간은 처음부터 그 단맛에 매혹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마침내 당을 현대 식생활에서 가장 풍족한 원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설탕은 막대한 노동력이 들어가는 물질이었고, 순수한 당은 누구나 열망하는 재화였다. 하지만 현대인은 설탕의 달콤한 쾌락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왜 우리는 설탕에 죄책감을 느끼고, 단맛을 죄악시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설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Sugarcane-A-Brief

 

 

설탕의 이해 1) 사탕수수의 비밀

전 세계 설탕의 약 70%를 책임지는 사탕수수Saccharum spp.는 오늘날 가장 많이 재배하는 식물이다. 사탕수수는 벼과 식물로 원산지는 동남아시아이며, 인도나 중국에도 자생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사탕수수 재배지는 열대 기후대를 따라 서쪽으로 확대되어 왔다. 지금까지 총 6개 종이 확인되어 있는데, 고대에 동남아시아 군도와 인도, 아랍, 아프리카 북부에서 기른 것은 주로 적응력이 좋은 야생종 S. spontaneum로 보이며, 설탕 수확을 목적으로 식민지에서 재배한 품종은 당 함량이 높아 ‘noble cane’이라고 부르는 S. officinarum이었다. 현대의 사탕수수는 두 품종의 교배종이다.

이론적으로는 사탕수수 뿐 아니라 광합성을 하는 모든 식물에서 당을 얻을 수 있다. 광합성이란, 땅에서 얻은 물과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빛 에너지로 합성하여 탄수화물(당, C6H12O6)을 만드는 과정이다. 식물은 생산한 탄수화물을 우선 단당류 형태로 세포호흡에 쓰고, 셀룰로스 등의 형태로 식물체 구성요소로 사용한다. 그리고 남은 탄수화물을 전분이나 과당의 형태로 각 부위에 저장한다. 이 잉여생산물이 동물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유기생명체는 탄수화물과 물, 산소를 가지고 ATP를 만드는 대사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의 모든 탄수화물을 식물에서 얻고 있다. 곡물이나 뿌리열매는 탄수화물을 전분 형태로 저장해 둔 것이며, 과일은 이를 과당 형태로 저장해 둔 것이다. 식물마다 당의 저장부위와 저장형태, 그 함량 등을 알면 당을 사용할 수 있다. 과즙이나 꿀 등은 단순당이므로 바로 섭취가 가능하고, 변환 구조가 복잡한 전분은 효소의 도움을 얻어 당으로 분해한다. 그 중에서도 사탕수수는 단순당 함량이 가장 높은 식물 중 하나이며, 과일이나 곡물처럼 다른 용도로는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탕의 원료로 적합하다.

사탕수수는 줄기에 물과 함께 자당(Sucrose)을 저장하며, 당 함량이 12~17%에 이른다. 사탕수수가 줄기에 설탕을 저장하게 된 것은 사탕수수의 생식과 관련이 있다. 사탕수수는 대나무처럼 마디 줄기이며, 각 마디에는 생장점이 있다. 이 생장점은 시원체(root primordia)라는 것으로, 세포 분화를 통해 뿌리나 줄기, 잎 등 필요한 조직으로 성장한다. 즉, 사탕수수는 줄기가 부러지면 마디에서 새 뿌리가 나와 다시 자랄 수 있으며, 마디마다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줄기에 충분한 당분을 저장하게 됐다. 덕분에 사탕수수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옮겨 심을 수 있으며, 비교적 빠른 시간에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 수 있다.

 

 

인도의 사탕수수 농장. 줄기의 즙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연료로 쓴다. 사진 : the Indian Express
인도의 사탕수수 농장. 줄기의 즙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연료로 쓴다. 사진 : the Indian Express

 

사탕수수 착즙. 중세에는 물레방아를 사용하거나 가축, 노예들이 기계를 돌렸다. 사진 : Hindustan times
사탕수수 착즙. 중세에는 물레방아를 사용하거나 가축, 노예들이 기계를 돌렸다. 사진 : Hindustan times

 

사탕수수 즙을 끓여 수분을 제거한다. 이 때, 석회를 넣어 불순물을 가라 앉히고, 위에 뜨는 거품을 계속 걷어 준다.  사진 : Wikimedia commons
사탕수수 즙을 끓여 수분을 제거한다. 이 때, 석회를 넣어 불순물을 가라 앉히고, 위에 뜨는 거품을 계속 걷어 준다. 사진 : Wikimedia commons

 

끈적하고 농밀해진 시럽을 식히면서 저어준다. 식으면서 미세한 설탕 결정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사진 : Abhinav Agarwal
끈적하고 농밀해진 시럽을 식히면서 저어준다. 식으면서 미세한 설탕 결정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사진 : Abhinav Agarwal

 

생산자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형하여 제품화한다. 커다란 틀에 부어 넣고 한 번에 떼거나, 작은 틀에 하나씩 담아 빼 내기도 한다. 원당은 대개 점착력이 있어 덩어리로 성형하여 쓰며, 오래 두면 단단하게 굳는다. 사진 : Lata-raja
생산자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형하여 제품화한다. 커다란 틀에 부어 넣고 한 번에 떼거나, 작은 틀에 하나씩 담아 빼 내기도 한다. 원당은 대개 점착력이 있어 덩어리로 성형하여 쓰며, 오래 두면 단단하게 굳는다. 사진 : Lata-raja

 

 

설탕의 이해 2) 전통 제당

처음에는 사탕수수 줄기에서 즙을 짜내 가열하여 높은 농도의 시럽을 만들고, 이것을 저어주면서 덩어리로 굳혀 사용했는데, 이를 원당(原糖)이라고 한다. 원당의 제조는 각 문화권에서 고대부터 행해온 원시적인 기술이다. 착즙을 기계로 한다거나, 즙의 산도를 중성화하고 불순물을 가라앉히기 위해 석회를 넣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늘날에도 꾸준히 원당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각 문화권의 식생과 역사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원당을 이르는 용어와 그 정의도 조금씩 달라진다.

전통 설탕 제법은 인도에서 이미 기원 2천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는 역시 자게리(jagərē)다. 힌디어 Gud(गुड़)에서 기원한 말로, 인도나 네팔,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등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도 사용한다. 자게리는 사탕수수나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를 사용해 만들며, 사탕야자(Arenga pinnata)를 쓰기도 한다. 힌디어 Gud는 인도 마라티어에서 Gul(गुळ)로 변화해 남아시아 언어에 영향을 끼친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자게리를 굴라 메라, 굴라 아누 등으로 부른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언어 중 ‘원당’의 형태에 대응하는 단어들이 설탕을 만든 식물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즉, 원당을 지시하는 용어가 3가지 이상인 경우도 있는데, 대개 사탕수수 설탕(자게리), 코코넛야자 설탕, 대추야자/설탕야자 설탕 정도다. 하지만 원료가 달라진다 하여 설탕의 향미나 품질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코코넛이나 대추야자의 열매가 아니라 꽃의 꿀로 설탕을 만들기 때문이다. 과일은 섭취하거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가공을 하지, 설탕으로 만들진 않는다. 사탕무 정도가 예외이며, 이 경우 쓴 맛과 특유의 향을 제거하기 위해 고도로 정제하게 된다.

용어가 하나인 경우는 ‘설탕’과 ‘흑/갈(홍)/황색 설탕’ 정도의 조어 방식을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 이런 분류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현대 정제설탕을 만드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그에 따른 색상에 기존 용어들이 대응하다보니 혼란이 생겼다. 전통적으로는 원당을 ‘갈색 설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제설탕으로 갈색 설탕을 만들면서 문화권마다 원당을 부르는 방식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원당을 여전히 紅糖으로 부르는 반면,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黒糖으로 구분한다.

일본에서는 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용어를 재정의하고 있다. 오키나와와 가고시마의 특산물로 원당을 보존하면서 그 구분을 엄격하게 한 것인데, 원당은 당밀을 분리 정제하지 않았다는 뜻에서 함밀당(含蜜糖:당밀을 함유한 당)이라고 하며, 이것을 코쿠토(黒糖)라고 부른다. 반면 정제 설탕에 당밀을 섞었거나 단순히 카라멜을 첨가해 만든 흑설탕은 ‘가공 흑설탕’으로 구분하여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표준화된 공정에 따라 백설탕을 만든 후, 착색하거나 순차적으로 당밀을 다시 섞어 갈색 설탕과 흑설탕을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15세기 이후 중남미는 식민화의 영향을 받아 스페인어권에서는 원당을 빠넬라(Panela), 포르투갈어권에서는 하파두라(Rapadura)라고 부른다. 남미에서는 찬까까(Chancaca)라고 부르기도 하며, 원당을 녹여 소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빠넬라가 치즈를 의미하여 삘론치요(Piloncillo:little pylon)라고 부른다. 원당은 보통 틀에 넣은 채로 식혀서 일정한 모양으로 성형하는데, 멕시코에서는 원뿔 모양으로 주로 성형하던 것이 이름이 됐다. 현재 중남미의 설탕 제조에 사용되는 식물은 사탕수수 하나다. 식민화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 문명들은 철저하게 파괴됐기 때문에, 실제 전통 설탕이 있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까지가 비정제 설탕들이다. 비정제 설탕은 기술적으로 원심분리하지 않았다 하여 Non-centrifugal cane sugar(NCS)라고 부르기도 한다. NCS는 FAO에 의해 1964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정의다. 원심분리하지 않은 사탕수수 설탕으로, 분광계에 의한 수크로스 함량이 69~93% 사이이며,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불규칙한 자연 결정과 당밀 잔여물만을 함유해야 한다. 이 정의는 사탕수수만 인정하고 있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으며, 때문에 비 사탕수수 원당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소비되는 편이다. 국내에서도 소량으로나마 원당을 구해볼 수 있는데, 특유의 향미와 맛, 텍스쳐를 가지고 있다.

 

 

Sugar crystals. 사진 : tes.com
Sugar crystals. 사진 : tes.com

 

 

설탕의 이해 3) 캔디

인도인들은 1세기경 이미 설탕을 결정화하는 방법을 알아낸 상황이었다. 이는 당시 그리스 로마인들의 기록으로 추정한 것이다. 그리스의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는 “Sakcharon이라 하는 뭉쳐진 꿀이 있는데, 인도와 아라비아펠릭스(지금의 예멘)에서 나는 갈대로 만들며, 소금처럼 단단하여 치아로 부숴 먹을 수 있다”고 썼으며, 로마의 플리니(Pliny the Elder, Gaius Plinius Secundus)는 “설탕은 아라비아에서도 만들지만 인도의 것이 훨씬 좋다. 이것은 수수에서 나온 꿀 같은 것으로, 풀처럼 하얗고 치아 사이에서 부서진다. 헤이즐넛 크기의 덩어리이며, 약용으로 쓴다”고 적었다. 묘사한 내용은 결정화된 Khandah(खण्ड)로 추정되며, 이는 Candy의 어원이다.

설탕을 결정화하는 것은 원당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사탕수수 즙을 끓여 농축한 원당은 수크로스 외에 식물 성분과 같은 불순물이 섞여 있는 상태다. 결정이란 화학적으로 순수한 상태에서 나타나므로, 설탕의 결정화란 섞여 있는 불순물을 선별적으로 제거하여 순수한 수크로스만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고대 인도에서 사용한 기술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며, 아랍 기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말 고대 인도에서 백설탕의 정제가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세 유럽인들의 정제 기술을 미루어 순도 높은 결정을 만드는 기술이 있었음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 : Sugar: A Bittersweet History, Elizabeth Abbott)

 

중세 유럽의 설탕 정제소. 설탕 정제는 노동 집약적이었으며, 열효율이 낮은 산업이었다. 판화 : Jan Collaert I (Netherlandish, Antwerp ca. 1530–1581 Antwerp)
중세 유럽의 설탕 정제소. 설탕 정제는 노동 집약적이었으며, 열효율이 낮은 산업이었다. 판화 : Jan Collaert I (Netherlandish, Antwerp ca. 1530–1581 Antwerp)

 

16세기 기록에 남은 유럽인들의 설탕 정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사탕수수 즙을 끓여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다시 끓이기를 반복한다. 과포화된 시럽을 뒤집어진 원추형 용기에 부어 식히면, 설탕은 결정화되며 덩어리가 지고 당밀은 깔때기 아래로 흘러나오게 된다. 당밀은 다시 시럽으로 끓여 더 많은 설탕을 만든다. 유럽인들은 아랍 정복지를 되찾는 과정에서 설탕 정제 기술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적 퇴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기술로는 백설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랍 문화의 교두보였던 모로코에서는 ‘claying’이라는 방법을 추가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깔때기에 담긴 굳은 설탕 덩어리 위에 젖은 진흙을 올려, 천천히 내려가는 물이 설탕만 녹여내는 원리다. 효율을 포기한다면, 훨씬 순수한 설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효율이 문제였다. 중세 유럽의 설탕 정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미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져, 전쟁포로들이 노예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15세기 들어 지중해 사탕수수 농작과 설탕 정제 산업이 생기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중세 카톨릭에 의해 소외된 유태인 고아들이 노예 노역에 동원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사탕수수 수확은 뱀이나 독충을 피해 2미터 이상 자란 줄기를 잘라 모으는 위험한 작업이었고, 착즙은 거대한 맷돌을 돌리는 중노동이었으며, 시럽의 농축은 지옥에 비교될 정도로 끊임없이 나무를 때는 작업이었다. 특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 반면 열효율은 낮았기 때문에, 지중해 연안에는 숲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자마자 사탕수수부터 심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최근 유기농 설탕으로 유명해진 무스코바도(Muscovado) 설탕은, 정확하게는 이 중세 기술을 통해 생산된 부분정제 설탕을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스페인어 azúcar mascabado에서 유래된 것으로, 직역하면 ‘저품질 설탕’이란 뜻이다. 영국이 스페인 식민지를 빼앗던 18~19세기에는 이미 정제당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정착되어 있었으므로, 당밀이 많이 섞여 채 정제되지 않은 설탕을 ‘저품질’이라고 했던 것인데, 이 용어가 영어로 들어오면서 갈색 설탕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뚜르비나도(Turbinado)나 데메라라(Demerara)도 같은 기술 수준으로 만든 부분정제 설탕을 이르는 말이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부분정제 설탕을 Brown sugar라고 한다. 제거하고 남은 당밀 함량이 4~10% 정도 되는 갈색 설탕은 사실 원당에 비해 어느 정도 정제된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비정제 원당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모두 Natural brown sugar라고 부르는 편이다. 왜냐하면, 정제한 백설탕에 당밀을 다시 섞어 만드는 갈색 설탕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황설탕은 Commercial brown sugar다. 이것은 표준화된 백설탕의 생산 효율이 높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무엇보다 일정한 당밀 함량을 유지하고, 식품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의 구축은 필연적이다.

 

 

근대 제당소의 원심분리 설비.
근대 제당소의 원심분리 설비.

 

 

설탕의 이해 3) 정백당

중세 내내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제당 산업은 당연하게도 산업화 초기부터 빠르게 발전했다. 18세기 영국은 증기기관으로 제당소(sugar mill)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착즙을 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증기기관의 보일러로 전체 열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1813년에는 사탕수수 즙을 밀폐된 컨테이너에 넣고 스팀으로 가열하는 방법이 개발된다. 이때 물이 끓으면서 증기가 배출되면 컨테이너 내부의 압력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끓는점이 낮아져 효율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카라멜화로 인한 손실 또한 줄여주게 된다. 그 연장선에서, 1845년에는 복합증발기(Multiple-effect evaporator)가 개발됐다. 이것은 진공과 순환열을 사용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였으며, 관념적으로는 설탕의 정제를 일련의 연속적 과정으로 나누는 역할을 했다. 마침내 1852년 원심분리기술이 적용되면서 설탕 정제는 현대화된다.

오늘날 백설탕이 저렴해진 것은 이러한 산업화와 관련이 있다. 현대 설탕정제는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과 지식이 적용되어 있으며, 고된 물리 작업들을 화학 반응으로 바꿔 빠르고 간편하게 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도록 구성된 시스템이다. 또한 농업과 1차 가공, 2차 가공이 구분되는 세계화 및 분업화를 통해 전체 효율이 높아졌다. 즉, 사탕수수의 수확과 원당의 제조, 정제 순으로 이뤄지는 과정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으나, 각 과정이 전문화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진 것이다.

 

<현대 설탕 정제 프로세스 보기>

 

걸러낸 사탕수수 즙을 끓여 결정화된 원당(Whole cane sugar)이 나오면, 이를 원심분리하여 처리가 가능한 과립형태로 만든다(위 동영상). 이 비정제 설탕의 결정 내부는 대체로 순도가 높지만 겉면에는 불순물(당밀)이 남아 있으므로, 설탕 결정을 물이나 당밀로 씻어낸 뒤 한 번 더 원심분리하여 갈색 설탕(Brown sugar)으로 만든다. 이 갈색 설탕은 적당한 당밀의 풍미를 가지고 있어 그 자체로도 소비가 되므로, 당밀의 함량에 따라 등급을 매겨 분류한다. 정백당을 만드는 2차 정제소에서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수크로스 함량이 높은 99% 이상의 High pol sugar를 Raw sugar로 요구하는 추세다. 결국 일반 공정으로는 제거되지 않는 1% 미만의 불순물을 특수한 처리를 통해 없애는 과정이 2차 정제, 즉 표백인 셈이다.

백설탕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갈색 설탕을 70% 포화시럽(2.5:1)으로 만든 뒤, 인산과 석회를 넣어 불순물을 가라앉힌다. 이 과정을 두고 일반에서 ‘화학 표백된 백설탕’이라는 말이 생겼고, 마치 표백제를 사용해 백설탕을 만드는 것 같은 오해가 생겼다. 그러나 인산과 석회는 용액 속에서 반응하여 인산칼슘과 물이 되며, 인산칼슘이 용액 내 불순물을 포집하여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정화한 용액은 정수필터에 통과시켜 고체 불순물을 모두 걸러낸다. 이 용액의 탈색은 활성탄이나 이온교환수지로 더욱 맑게 필터링하는 과정일 뿐이다. 백설탕 제조 시 화학 표백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낭설이다.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투명한 시럽은 마지막으로 진공에서 가열하여 결정화하고, 이를 원심분리하여 최종적으로 순도 99.9%의 백설탕을 만들게 된다. 백설탕의 건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설탕의 입자가 결정된다. 백설탕은 순수한 자당의 결정체다. 화학적으로 순수한 자당에 향과 색이 없기 때문에 무색무취의 설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탈색과 탈취를 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백설탕은 섬세한 음료 제조에서 향과 색의 변화 없이 단맛만 계량화하여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전하는 말

* <모히또의 해체와 재구성>은 올 가을 출간을 목표로 작업 중인 <버뮤다 바 북(가제)>의 1부 내용입니다. 베버리지 아카데미와 바 버뮤다가 함께 작업하는 새로운 바 북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1. 모히또의 이해
2. 럼의 이해
3. 민트의 이해
4. 라임의 이해 (미공개)
5. 얼음의 이해
6. 설탕의 이해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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