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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상식] 하우스메이드란

The Bar BERMUDA

모든 문화적인 결과물에는 어떤 패러다임이 있다. 이것은 마치 끊임없이 생겨나는 미로와 같아서, 언뜻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여기에도 패턴이 있고 논리적인 흐름이 있다. 외부인에게는 마냥 새롭기만 한 무엇이지만, 패러다임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역사적 맥락에서 매우 당연한 흐름이다.

패러다임의 이해는 좀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능력보다는 차라리 태도의 문제에 가깝다. 이 방식은 지루하고, 막막하며, 한심할 정도로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구가 꾸준히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태도를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때로 배우기 위해 자존심도 버려야 했고, 실패를 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도 기꺼이 감행했다. 새로운 레시피, 새로운 스킬과 새로운 스타일에 감탄만 하기보다, 그 뒤에 숨은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익히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지금의 버뮤다는 비교적 자유분방한 바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늘 변화하며,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역설적으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와 항해하는 배의 차이점은, 내 위치와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여부다. 지금 보이는 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결과는 전혀 다르다.

버뮤다’s 룰 : 하우스메이드

The BERMUDA itawon
글 김준기, 홍태시 / 감수 베버리지 아카데미 / 제작지원 더 버뮤다(BERMUDA)

 

 

ⓒbeverage academy
ⓒbeverage academy

 

 

1. 들어가기 : 하우스메이드란?

현대 탄산음료는 대부분 착향탄산음료로, 정제수에 향과 시럽을 넣고 탄산을 주입해 만든다. 오늘날 공장식 보틀링에서는 미리 만든 향료를 다룰 뿐, 원료를 직접 다룰 필요가 없다. 이른바 ‘역사적 맥락’에서 이런 기술적 진보는 매우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도 이런 제조방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세기 초중반까지 진행된 각 분야의 산업화와 공장화는 현대인의 삶을 매우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표준화, 평준화, 획일화 등 몰개성적 가치가 범람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세기 후반, 자연주의 운동과 홈메이드 열풍이 몰아친 것은 그런 산업화에 대한 반발이었다. 사람들은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재료를 직접 가공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제 홈메이드는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이 됐다.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의 식품 제조는 단순히 ‘자연재료’나 ‘손맛’ 정도로는 달성할 수 없다. 식품 원론에 대한 이해와 재료에 대한 넓고 깊은 공부가 필요하고, 적절한 설비와 숙련된 개인의 솜씨, 지난한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적절한 상업적 가치를 달성하여 지속가능해야 한다.

하우스메이드는 홈메이드와 팩토리메이드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여기에는 힘써 지켜야 할 브랜드 가치가 있고, 함께 생존해야 할 직원들의 삶이 걸려 있다.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극단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대량생산과는 길이 다르다. 좀 더 품을 들여서 디테일을 살리고, 상대적 고품질과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하우스메이드에도 역시 맥락이 있다. 역사적으로 제조된 다양한 형태의 액상 원재료, 그러니까 코디얼이나 비터, 슈럽, 그밖에 각종 향시럽들은 모두 인퓨전Infusion으로 원재료에서 향미 성분을 뽑아내어 보관하는 방법이다. 각 원료의 물성에 따라 향을 끌고 나오는 매개Carrier와 이를 담아내는 용매Solvent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 재료들은 모두 상온 보관을 전제로 고안되었다. 냉장고와 밀폐용기가 없던 과거에는 보존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에, 맛이나 향을 일정부분 손해 보더라도 더 오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야 했다. 때문에 향을 담는 용매는 보통 고농도의 알코올이나 식초, 설탕 등이었고, 박테리아 번식이 어려울 정도로 농도가 높아야 했다.

현대 유통기술과 농업기술은 주요 재료의 상시 공급을 가능하게 했고, 다양한 보존 기술이 등장했다. 당연히 이제는 기존 작업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가 없다. 보존을 위한 레시피가 향미 품질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뺄 수 있다. 팩토리메이드는 패키징 기술과 보존제로, 홈메이드는 냉장고와 밀폐용기, 적은 소비량으로 보존 문제를 해결한다.

하우스메이드는 이런 맥락을 영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 전통 재료들이 가지는 향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대적 고품질을 달성하는 것이 제일이다. 냉장보관과 빠른 소비를 바탕으로, 보존제품이 포기한 원재료의 신선 향미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구매력을 앞세워 더 신선하고 좋은 원료를 구하고, 실력으로 홈메이드를 압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버뮤다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 하우스메이드 재료 각각의 역사적 맥락과 그 본질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고, 오늘의 버뮤다에서 어떻게 현실화하고 있는지를 보인다. 이것은 답이라기보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게 된 경위다.

 

 

버뮤다 제2장(0516)-18

* 전하는 말
본 연재는 2017년 가을 출간 예정인 “바 버뮤다 컴플리트 가이드북 : 칵테일의 해체와 재구성”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바 버뮤다와 베버리지 아카데미가 최선을 다해 후반 작업 중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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