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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상식] 슈럽 Shrub

The Bar BERMUDA

모든 문화적인 결과물에는 어떤 패러다임이 있다. 이것은 마치 끊임없이 생겨나는 미로와 같아서, 언뜻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여기에도 패턴이 있고 논리적인 흐름이 있다. 외부인에게는 마냥 새롭기만 한 무엇이지만, 패러다임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역사적 맥락에서 매우 당연한 흐름이다.

버뮤다’s 룰 : 하우스메이드

The BERMUDA itawon
글 김준기, 홍태시 / 감수 베버리지 아카데미 / 제작지원 더 버뮤다(BERMUDA)

 

 

ⓒbeverage academy
ⓒbeverage academy

 

 

8. 슈럽 Shrub

공기 중을 떠도는 박테리아 중 일부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만드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한 것이 양조의 시작이다. 이 박테리아들은 포도당 1분자를 가지고 2몰의 ATP를 만들어 사용하며, 2몰의 에탄올 분자와 2몰의 이산화탄소 분자를 배출한다. 때문에 양조에서 알코올의 변환 효율은 근본적으로 50%를 넘을 수 없다.

한편, 와인 양조장들은 오랜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똑같은 배럴이더라도 어떤 것은 성공적으로 와인이 되어 나오지만, 어떤 것에서는 식초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식초Vinegar의 어원이 신 포도주(Vin aigre)인 것은 그 때문이다. 식초는 술만큼이나 오래된 식재료이지만, 그 생산기술의 발전과 응용은 더뎠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르퇴르Louis Pasteur다. 그는 현미경으로 효모와 다른 초산균의 존재를 확인하고, 1864년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을 제안한다. 초산균은 50~60℃로 가열하면 대부분 사멸하며, 초산발효는 호기성 반응이므로 밀봉하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좋은 양조주를 빚는 방법은 그만큼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 있었다는 뜻이다. 역사 내내 물과 술, 술과 초의 경계는 모호했고, 물과 술, 식초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시큼한 사이더나 와인, 맥주를 마셔야 했을 것이고, 초산이 없는 와인은 고급 음료였을 것이다.

물론 맛에서 신맛의 품위는 상대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오늘날 슈럽은 식초 베이스에 설탕을 넣어 만든 시럽과 그것을 희석해 만든 음료를 뜻한다. 그러나 식초는 좋은 맛이라기보다, 중요한 보존제였을 것이다. 식초에 식재료를 절여 보관했고, 여행자들은 의심스러운 물에 식초를 희석하여 살균해 마셨다.

식초에 과일을 담그게 되면, 세포벽이 산에 의해 무너지면서 오버인퓨전 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재료라면 청보다 슈럽의 과일향이 더 풍부하다. 하지만 식초가 마시기에 썩 좋은 재료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대적 슈럽은 여전히 제철 식재료를 보존하는 방법이지만, 보존에 있어 설탕과 냉장고의 도움을 받는 만큼 식초의 역할은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과일을 식초로 만들면 오래 보존할 수 있지만, 맛과 향이 변화하니 주의한다.

 

 

[Burmuda’s Comment]

초산균은 알코올 도수 6%ABV 에서 60% 정도의 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0%ABV까지 활동한다. 다만 초산 발효는 알코올 뿐만 아니라 당분만으로도 가능하며, 반드시 알코올 변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양조된 알코올에서는 경쟁 박테리아들의 방해 없이 초산균만 활동하여, 알코올을 먹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종균이 없더라도 당분을 보충하고 호기성 환경을 조성해주면 쉽게 식초를 만들 수 있다. 식초는 술의 발효와 달리 공기 접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발효할 때 음료 표면에 세균막이 생기는데, 일부에서는 여기에 공기 구멍을 내어 발효를 가속화하기도 하며, 20세기에는 발효액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양조식초의 아세트산 함량은 4% 정도인데, 이것은 과일의 당분에서 오는 한계다. 초산균의 활동 한계는 10%이므로, 양조 식초는 대략 4~10% 정도의 아세트산 함량을 보인다. 한편, 일반에서 양조식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는데, 이는 에탄올을 산화시켜 만든 아세트산을 희석한 식초 때문이다. 초산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것이 양조식초이며, 아세트산 희석 식초는 합성식초로 표기한다.

 

 

ⓒbeverag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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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일본 이름인 ユズ(Yuzu)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원산이지만, 이것의 한자 표기인 柚子는 정작 중국에서는 포멜로(Citrus Maxima)를 말하며, 중국인들은 일본 유자나 香橙으로 구분하므로 주의한다. 중국에서 수확되는 유자 품종은 50종이 넘으며, 沙田柚 품종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유자와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되는 품종으로는 西柚 종이 있다.

이 시트러스는 일찍이 타나카 시스템에서 Citrus junos로 명명되었으나, 스윙글은 탠저린과 의창귤(宜昌橙, C. ichangensis)의 교배종으로 보고, 파페다Papeda라는 가상의 아속을 만들어 분류한 바 있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파페다 아속의 정체는 모호하지만, 유자가 만다린과 인창귤의 교배종인 것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학명은 C. ichangensis × C. reticulata로 표기한다.

사실 유자는 널리 사용되던 시트러스는 아니었다. 즙이 매우 시고 쓴맛을 내서, 식용하기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1998년 한국 농협이 중국에 유자차를 수출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 김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농산품으로, 수확한 유자 열매의 90%가 설탕 절임 제품으로 가공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유자 가공품 수출 규모는 약 4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유자는 대부분 전라남도 지방에서 생산되며, 고흥에서 특히 많이 재배한다. 수확철이 되면 껍질을 썰어서 설탕에 절여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다. 한국 유자는 중국산에 비해 쓴맛이 적으며, 껍질 두께가 두껍지 않고 적당하여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유자의 상업적 활용도가 높은 것은 일본이다. 일본에서 유자는 일상에 좀 더 가까워서, 음료 뿐 아니라 식재료나 건강, 미용제품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또한 유자 향료도 다양하게 제조 및 사용되어, 주류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유자를 청이 아닌 슈럽으로 보존하면 유자의 신선한 특징을 훨씬 잘 살릴 수 있으며, ‘유자차’라는 전형적인 작법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칵테일 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굴이나 각종 요리에 소스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beverag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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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속에서 사과나 배 같은 다육질 열매를 이과Pome라고 하며, 이런 열매를 특별히 사과족Apple tribe으로 구분하는데, 마르멜로Quince(Cydonia oblonga)와 모과(Chaenomeles sinensis)도 여기에 속한다.

사과와 마르멜로(퀸스), 모과는 향미나 발생학적 형태에 있어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으며, 묘한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사과에서 모과로 갈수록 향이 진해지고, 과육이 단단해지며, 씨앗이 많아진다. 모과를 옅게 우려내면 사과차로 오해할 만큼 향미가 비슷하여, 훌륭한 보완재 역할을 한다.

모과와 마르멜로의 사전적 구분은 아직 불완전한데, 둘은 전혀 다른 품종이므로 모과Mogwa를 Quince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국명 ‘모과나무’인 식물의 영문명을 ‘Chinese flowering quince’라 적고 있다.

모과는 예로부터 木瓜라 적었다. 이 한자는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발견된다. 한국에서는 ‘나무에 달린 참외’여서 모과라 했다고 전하는데, 정확하게는 모과를 말린 약재다. 중국에서는 파파야(Carica papaya)를 ‘나무에 달린 멜론’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국어 발음(Mugua)이 같아서 주의해야 한다.

일본에서 木瓜는 명자나무(산당화)를 이른다. 선명한 붉은색 꽃잎과 노란 술이 인상적인 이 꽃은 오다 가문의 문장으로 더 유명하다. 퀸스를 식용으로 사용하던 서양인들이 관상수인 목과를 Flowering quince로 구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중국의 모과 역시 같은 관점에서 Chinese flowering quince로 부른 것이다. 다만 이제는 제 이름을 찾아줄 필요가 있다.

모과는 시큼하고 맛이 없어 먹지 않지만, 그 향이 좋아 술로 담가 쓴다. 사과나 퀸스에 비해 펙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마멀레이드 하여 사용하기도 좋으며, 레몬보다 많은 비타민을 가지고 있어 음료로 쓰기도 좋다. 종종 요리할 때 모과를 퀸스의 대체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서구인들은 모과의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과는 향이 진하게 농축된 과실이므로, 요리보다는 향미를 추출하여 음료에 활용할 때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하는 말

* ‘버뮤다’s 룰 : 하우스메이드’ 연재는 2017년 가을 출간을 목표로 작업 중인 ‘더 바 버뮤다 컴플리트 가이드 북’의 2부 내용 중 일부입니다. 베버리지 아카데미와 바 버뮤다가 함께 작업하는 새로운 바 북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Written by 김준기

베버리지 아카데미 에디터
"배워서/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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